글로벌 증시 고평가 우려에 국내 코스피 3.79% 급락
외국인 투자자 2조8000억 순매도에 시장 불안 가중
원화 환율 7개월 만에 최고치 돌파하며 금융시장 충격
| 스마트에프엔 = 김효정 기자 | 글로벌 증시의 고평가 우려와 이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21일 국내 금융시장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이날 3.79% 내린 3,853.26에 거래를 마쳤고, 원·달러 환율은 1,475원대까지 상승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5.77%, SK하이닉스는 8.76% 하락하는 등 반도체 업종 중심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내림세를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하루 동안 2조8,23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고, 개인 투자자들은 2조2,950억원어치를 매수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섰다. 코스닥지수도 3.14% 하락해 863.95로 마감했다.

미국 증시에서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 중심으로 투매 현상이 나타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간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84%, S&P 500 지수는 1.56%, 나스닥 지수는 2.15% 하락했다. AI 대표 주자인 엔비디아가 3분기 실적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음에도 시장 전반에 퍼진 고평가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12월 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75~4.00%로 동결할 것이란 전망도 투자 심리에 부담을 줬다. 연준 이사 리사 쿡은 대학 강연에서 "고평가된 자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9월 미국 고용보고서는 비농업 일자리가 11만9,000명 증가해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실업률이 4.4%로 상승해 금리 인하 기대를 높이지 못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은 64.6%로 나타났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7.7원 오른 1,475.6원으로 마감했고, 장 마감 직전에는 1,476.0원까지 올랐다. 이는 미국과 중국 무역 갈등 여파가 컸던 4월 9일(1,484.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가 환율 상승 압력을 키웠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16% 하락해 100.081 수준이었으나, 사흘 연속 100선을 웃돌았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39.18원으로 전날보다 7.42원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은 157.15엔으로 0.35엔 하락했다. 일본은행 총재 우에다 가즈오는 국회에서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고, 이 발언 이후 엔/달러 환율은 하락세로 전환했으나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1.54% 하락한 1억2,791만원으로, 4월 21일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도 1.77% 내린 416만8,000원에 거래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