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의정갈등 지속으로 걱정했던 제약업계, 위고비 등 신약 주목
블록버스터 의약품 개발 가속화…렉라자·램시마SC 등장
M&A로 사업 다각화 나선 제약사들…한쪽에서는 경영권 분쟁

바이오 테크놀로지 / 사진=wallpaperflare

올해 벌어진 의정갈등으로 위기를 맞이한 국내 제약업계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탄생과 GLP-1 계열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양상이었다. 다양한 기업과의 인수합병(M&A)와 경영권 분쟁도 이어져 앞으로 어떤 시장이 펼쳐질지 관심이 주목된다.

제약업계는 올 상반기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발생하면서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의료계가 반발하면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했고, 이로 인해 진료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치료제 활용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한국아이큐비아는 자체 분석을 통해 3월과 4월 각각 의약품 사용금액이 20%, 25%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20% 감소량을 돈으로 환산하면 1490억원에 육박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규 환자가 줄어들고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교수 부담이 늘면서 임상실험에도 영향을 미쳤다. 의료진 공백으로 인해 임상실험위원회가 열리지 않거나 임상실험에 참여하던 교수들이 환자 치료 업무로 몰리면서 제약사는 부담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임박한 지난 3월15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휴학한 의대생들이 남긴 가운이 수북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 위기 맞고 해외로 나간 제약업계…'국산 블록버스터' 탄생할까

의정갈등 위기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업계는 올 한 해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특히 '국산 블록버스터'를 탄생시키기 위해 상업화 전략을 구축하기도 했다. 

블록버스터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의약품을 수식하는 단어다.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대표적인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지난 8월 특허 만료인 혈액 응고 방지제 리바록사반, 10월30일 특허가 만료된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예방하는 티카그렐러 등이 있다.

이미 작년 미국에서 특허가 만료되고 지난 7월 유럽에서도 특허가 만료된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의약품 스텔라라의 경우 국내 여러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CT-P43을 개발해 내년 3월7일 미국 출시 예정이고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동아에스티는 각각 에피즈텍과 이뮬도사를 바이오시밀러로 개발중에 있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정. 사진=유한양행
국내 제약사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후보로는 유한양행의 렉라자와 셀트리온의 램시마SC 등이 있다. 특히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인 렉라자는 지난 8월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며 미충족 수요가 컸던 폐암 치료제 시장에서 필수적인 약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또한 렉라자는 지난 11월 유럽 의약품청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에서도 허가 권고를 받았다. 이어 중국과 일본에서도 내년 상반기 중 허가를 받아 출시되면 글로벌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정식 출시돼 현지법인을 통한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 3분기 1700억원 매출을 달성하면서 미국 류마티스 관절염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위고비 대란' 글로벌 비만 치료제 등장 GLP-1 기반 비만치료제 개발 본격화

국내 제약사가 미국 FDA의 승인으로 글로벌로 나아갔다면 국내에서는 지난 10월15일 출시된 위고비에 대한 열풍이 불었다. 위고비는 덴마크의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세마글루티드 성분의 비만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정식 출시됐다. 

임상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위고비의 평균적인 체중감량 효과는 약 15% 이상으로, 심혈관 임상에서도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도 약 20% 감소시켰다. 이에 체중 감소 뿐 아니라 전반적인 대사 건강을 개선시키는 약물로 주목받았다. 이로 인해 국내 출시 직후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위고비 / 사진=나무위키

그러나 일부 환자들에게 메스꺼움, 설사 등의 위장관 질환이 발생한다는 부작용이 보고됐다. 온라인에서 불법 거래와 무분별한 비대면 처방이 문제로 제기되면서 정부는 단속에 나섰다.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고비의 악용 사례를 지적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이버조사단에서 집중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관세청과 협업해 해외직구를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도 이번달 2일부터 위고비를 비대면 진료로 처방받을 수 없게 제한한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동시에 식약처 등 관계부처와 비만치료제 이용 행태에 대해 주기적으로 논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치료제를 적극적으로 개발 중이다. 위고비와 비슷한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는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계열 기반의 비만 치료제로 국내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 종료 예상 시점은 2026년이다. 

유한양행도 같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YH34160의 미국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 외에도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일동제약 등 국내 다수의 제약사들이 초기 임상 단계의 의약품 후보 물질(파이프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M&A를 통한 다양한 분야로의 사업 확장 시도…경영권 분쟁도 이어져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 뿐 아니라 헬스케어·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 M&A를 진행하며 사업 확장을 진행했다. 

대표적으로 동국제약은 지난 5월 중소형 가전제품을 개발·생산하는 전자회사 위드닉스를 인수한 데 이어 10월 리봄화장품의 주식 9만6600주를 306억6000만원에 인수했다. 신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다각화를 위한다는 이유다. 리봄화장품은 화장품 연구개발 및 수출전문 제조기업이다. 

이는 동국제약의 자체 브랜드 '센텔리안 24' 관련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평가된다. 지난 2015년 론칭한 센텔리안 24는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매출 약 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광동제약은 지난 7월 체외진단기기 전문기업 프리시젼바이오를 인수했다.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업체 비엘헬스케어를 인수한 데 이어 이런 M&A를 진행한 것은 건강기능식품과 진단기기를 포함 신약개발까지 다목적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한미약품

올해는 제약사 내 경영권 분쟁도 많았다. 한미약품은 경영권을 두고 창업주 가족 내 분쟁이 발생해 1년 내내 주주총회와 고소·고발을 이어갔다. 임종윤·종훈 형제와 송영숙·임주현 모녀를 포함한 4인연합 간의 갈등이 지속되던 중 지난 26일 4인연합과 임종윤 사내이사가 합의에 도달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종식될 전망이다. 

이에 비해 2021년 시작된 씨티씨바이오와 파마리서치간 분쟁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씨티씨바이오 창업주가 퇴진한 이후 이민구 대표가 최대주주로서 경영에 본격 참여했는데, 전홍열 전 대표가 파마리서치와 협력해 지분을 확보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씨티씨바이오는 내년 3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선임안 중 누구를 선임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결정된다. 

이 외에도 한국유니온제약, 싸이토젠, 엔케이맥스 등 다양한 제약사들이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 분쟁들은 주주총회와 고소·고발을 기반으로 경영진을 교체하며 이뤄지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한별 기자 star72@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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