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 확충·기단 현대화·보조배터리 관리 등 안전 강화 '박차'

국내 항공업계가 정비 인력 확충과 안전 시스템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잇따른 사고로 정비 인력 부족 문제가 부상하자 안전 강화 조치를 서둘러 도입하며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음달 정부의 항공 안전 강화 대책 발표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 항공기가 주기돼 있으며,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 항공기가 주기돼 있으며,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이 안전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먼저 국내 항공사들은 정비인력 약 4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60여명을 채용하고 LCC(저비용항공사)는 340여명을 채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참사가 발생한 제주항공은 상반기 38명, 하반기 27명 등 총 65명의 정비사를 채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올해 정비 인력 규모를 560명 수준으로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티웨이항공도 지난달 28일부터 ▲정비사(신입 인턴) ▲정비사 부품 수리(경력) ▲정비 전문강사(경력) ▲운항관리사(신입)를 채용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항 확대에 따른 정비 수요증가를 감안하면 여전히 정비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숙련된 인력 수급이 어려워 현장 투입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단 현대화에도 분주하다. 대한항공은 올해 보잉 787-9·10, A350-900 등 신기재 21대를 도입하고 기령 20년 이상의 항공기 12대를 순차적으로 퇴출할 계획이다. 2034년까지 A350 계열 33대, A321neo 50대 등 총 203대의 첨단 친환경 항공기를 도입, 기단 현대화를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1월 B737-8 항공기 1대를 구매한 데 이어 2030년까지 보유 항공기 평균 기령을 5년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티웨이항공은 2027년까지 B737-8 기종 20대를 투입, 기존 B737-800NG 기종을 단계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리튬 배터리 화재 진압 파우치'와 '내열 장갑'을 기내에 도입했다고 24일 밝혔다./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은 '리튬 배터리 화재 진압 파우치'와 '내열 장갑'을 기내에 도입했다고 24일 밝혔다./사진=제주항공

뿐만 아니라 보조배터리 대응책도 마련했다. 에어부산은 지난달 7일부터 일부 노선을 대상으로 탑승 전 보조배터리 소지 여부를 확인하고, 기내 선반 보관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모바일·키오스크 체크인 단계에서 보조배터리 관련 규정 동의 절차를 신설하고, 화재 진압용 파우치와 내열 장갑 등 안전 장비를 보강했다.

진에어, 이스타항공은 체크인 단계에서 리튬 배터리 관련 규정에 대한 동의 절차를 강화하고 보조배터리 기내 선반 보관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대한항공은 보조배터리를 투명 지퍼백에 담아 좌석 주머니에 보관하도록 안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도 안전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한다. 국토교통부는 다음달 발표를 예고한 '항공안전 혁신 대책'에 정비 인력 기준 강화, 신규 항공기 도입 검증 강화, 보조배터리 관리 강화 방안 등의 내용을 포함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잇단 사고로 논란이 된 LCC 중심으로 안전관리 기준을 대폭 높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특히 보조배터리와 관련된 대책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각사별로 자체 메뉴얼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정부가 주도해 항공사와 협의하면서 현실적이고 종합적인 안전 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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