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치솟고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외식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줄어들고 있다. 위축된 소비심리에 자영업자들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1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에 따르면, 외식업체 3000곳 중 지난해 4분기 외식업계 체감 경기 지수(현재지수)는 71.52로 이는 작년 3분기(76.04) 보다 4.5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소비자물가도 2개월 연속으로 2%대 상승곡선을 이어갔다. 물가안정 목표(2.0%)에는 부합하는 수치이지만, 일부 장바구니 품목을 중심으로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졌다. 이렇게 된다면 외식업 경기는 갈 수 록 악화될 수밖에 없다. 외식산업 경기 악화는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외식업계 체감 경기는 더욱 악화돼, 코로나19 유행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시행됐던 2021년 4분기(70.34), 2022년 1분기(70.84) 수준으로 급락했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6%로 지난해 7월(3.0%) 이후 가장 높았지만 생선, 채소, 과일 등을 아우르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대비 1.4%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22년 3월(-2.1%) 이후로 35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한 수치다. 이 중 과실 물가는 5.4% 하락했다.

용산의 한 식당가. / 사진=홍선혜 기자 
용산의 한 식당가. / 사진=홍선혜 기자 

농산물 물가 역시 지난해 동월 대비 1.2% 떨어졌지만, 축산물(3.8%)과 수산물(3.6%) 물가는 비교적 큰 폭 올랐다. 수산물 중에서도 한 동안 가격이 치솟았던 오징어 물가는 되레 2.1% 하락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3.2% 상승했다. 작황 부진으로 무(89.2%)와 배추(65.3%) 물가가 가파른 상승폭을 기록했다.

노량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A씨는 “우리는 좋은 재료만 쓰는데 자꾸 가격이 비싸지니까 가게 덩치를 유지하기 힘들다”며 “수년 째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손님들 발이 끊기는 것 보다 좀 더 손해 보는 게 났다고 생각해서 올리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많은 인파가 오가는 번화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것도 오래 유지하기가 힘든 상황이 됐으며 소상공인에 대한 전망도 불확실이 커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말 자영업자 8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소상공인의 55.6%는 지난해 보다 올해 경영환경이 더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게를 폐업하는 자영업다고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11월 까지 비자발적 폐업으로 실업급여를 지급받은 이들은 지난해 3057보다 8.6% 늘어난 3319명을 기록했다. 

아파트 상가나 오피스텔 상권에서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은 더욱 힘들어졌다.

경기도 광명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B씨는 “오피스텔 상권이나 아파트단지에서 장사하는 사장님들은 번화가에서 일하시는 분들보다 아마 더 힘들 거다”라며, “우리 가게처럼 특정 소비자를 상대하는 지역의 경우 1년에도 몇 번씩 가게가 바뀌고 장사가 안 된다. 장사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현재 폐업 고민까지 심각하게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수행한 자영업자 50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자영업자는 원자재·재료비(22.2%), 인건비(21.2%), 임차료(18.7%), 대출 상환 원리금(14.2%) 순으로 부담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이들의 지난해 순이익은 평균적으로 전년 대비 13.3% 줄어들었다. 응답자 중 감소했다는 비율은 72.0%, 증가했다는 응답은 28.0%다. 그 중 올해도 매출이나 순이익이 줄어드는 등 악화 될 것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비율은 각각 62.2%, 61.2%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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