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에 25% 상호관세 부과
국내 배터리 3사, 소재 원가 상승 우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장기화로 인한 어려운 상황에도 시설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한숨을 돌리고 있다. 다만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5시 전세계 각국에 '10%+α'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다른 나라의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에 따라 미국 기업이 받는 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목이다.

이번 상호관세는 기본관세와 '최악 국가'에 대한 개별관세로 구성돼 있다. 해당 국가로는 한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대만 등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국에도 기본관세 이상이 부과됐다.
국가별 상호 관세율은 ▲중국 34% ▲EU 20% ▲한국 25%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등이다.
앞서 국내 배터리 3사는 캐즘의 여파로 지난해 4분기 나란히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세액공제를 제외하면 모두 연간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더불어 트럼프 관세 영향까지 더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배터리 3사는 글로벌 전기차 보급 확대에 발맞춰 북미와 유럽 등에 전진기지를 세우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공장 1개당 수조원이 투입되는 시설투자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고객사 확보를 위해 완성체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지속적인 시설투자 확대 흐름은 줄곧 이어져왔다.
지난해 시설투자금이 정점을 찍었고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신규 설립과 증설 등의 시설투자에 12조9641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2023년 10조8906억원보다 2조원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지난해 시설투자 금액이 가장 많았지만 계획했던 투자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드는 등 급한 불을 껐기 때문에 시설투자 규모는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SDI도 지난해 시설투자로 6조6205억원을 투자했다. 2023년 4조3447억원과 비교해 역시 2조원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경쟁사 대비 북미 공장 설립이 다소 늦었던 삼성SDI는 미래 투자를 위해 2조원 유상증자라는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채무 상환이 아닌 공장 증설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측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을 미국 GM과의 합작법인 투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온도 지난해 7조5000억원가량을 시설투자금으로 사용했다. SK온은 포드와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 등에 투자하기 위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다행히 K배터리 3사는 미국 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한 상태다. 이들이 미국에서 생산한 배터리는 관세에서 제외되고 AMPC(첨단제조 세액공제)에 따른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관세 상승에 따른 배터리 소재 원가 상승 우려
문제는 핵심 소재다. 관세가 부과되면 원가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배터리 가격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양극재의 대미 수출 규모는 2032년 기준 29억3000만달러(약 4조310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음극재와 분리막까지 총 수출 규모는 32억6800만달러(약 4조8072억원)으로 커진다.
미국 배터리 소재 수입국 중 한국의 비중은 33.7%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관세가 현실화되면 전기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게돼 수요 위축의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에 25%를 예고하면서 차량 가격이 10%정도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배터리 3사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미국이 전 세계 ESS 시장의 31%를 차지하는 최대 수요처인 만큼 관세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와 함께 라인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건주 홀랜드 공장을 활용해 기존 계획보다 1년 앞당겨 현지 생산을 강화한다. SK온 역시 미국 내 공장 생산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배터리 3사가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완성차 등 전방 산업과 배터리 소재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