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포고령에 "국민 기본권 광범위 침해"
국회·선관위 군 투입···민주국가 원칙 위반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오전 11시22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결정을 담은 주문을 이같이 끝맺음으로써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파면되는 불명예로 대통령직을 마쳤다.
헌재가 작년 12월 3일 당시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는데도 윤 대통령이 헌법상 요건을 어겨 불법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주요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의 요건과 절차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 ▲군·경찰 동원 국회 활동 방해 ▲군을 동원한 영장 없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지시 행위 등이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의 파면 근거로 헌법수호 책무를 저버렸고 국민 신임을 배반했다는 점을 꼽았다.
우선 헌재는 비상계엄 선포 요건과 절차에 대해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인정했다.
헌재는 비상계엄 선포 행위에 대해 중대한 위기상황이 아니었다며 이른바 '호소용 계엄'이었다는 윤 대통령측의 주장을 배척했다.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야당의 입법독주와 예산안 의결 등은 중대 위기 상황을 현실적으로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고,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어떠한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 중대한 위기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계엄 포고령 1호도 법률 위반 행위가 있었으며, 선관위 장악 시도 역시 윤 대통령이 영장 없는 압수수색을 초래해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봤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군·경을 국회의사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시키는 등 국민 주권주의 및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비상계엄이라는 국가긴급권을 헌법이 정한 한계를 벗어나 행사한 점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사유로 꼽았다.
헌재는 또 윤 대통령이 국회의사당에 모인 의원들을 끌어내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인정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육군특수전사령관 등에게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등의 지시를 했다"고 판단했다.
계엄 선포 당시 주요 정치인·법조인 등의 위치를 확인하려 시도했다는 점도 사실로 인정했다.
이와 관련, 헌재는 "국방부장관은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국군방첩사령관에게 국회의장, 각 정당 대표 등 14명의 위치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며 "피청구인은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하여 국군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했고, 국군방첩사령관은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위 사람들에 대한 위치 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위치 확인을 시도한) 대상에는 퇴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 대법원장 및 전 대법관도 포함되어 있었다"며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권한은 어디까지나 헌법에 의해 부여받은 것"이라며 "피청구인은 가장 신중히 행사돼야 할 권한인 국가긴급권을 헌법에서 정한 한계를 벗어나 행사하여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행사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