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중장기 목표에 러시아 판매량 포함
중국차 러시아 점유율 2년새 8% → 60% 급상승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철수했던 현대차그룹이 러시아 시장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의 25% 관세 등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다만 그동안 러시아 시장에서의 빈자리를 중국 기업들이 꿰찬 상태라 현대차그룹에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9일 개최한 2025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발표한 2030년 판매 목표대수에 '러시아 시장 판매량' 5만대를 포함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철수했던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복귀를 공식화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2007년 러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2010년엔 HMMR을 준공하고 현지생산을 시작했지만 러-우 전쟁 등의 여파로 2022년 3월 가동이 중단됐다. 현대차그룹은 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2023년 12월 HMMR을 러시아 업체 아트파이낸스에 공장을 포함한 러시아 지분 100%를 2년 안에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달아 1만루블(약 14만원)에 매각하며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다.
매각 금액을 1만루블로 정한 이유는 2년가량 공장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에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리스크를 없애겠단 의도로 해석된다. 일본 닛산자동차와 프랑스 르노자동차도 각각 1유로(약 1400원), 2루블(약 28원)에 러시아 법인을 넘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그룹은 1만루블에 판매했던 공장에 걸어둔 바이백 조건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러-우 종전 협상이 탄력받고 있고 바이백 조건 기간의 마지막 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빈자리에 중국산 자리잡아
다만 현재 러시아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어 난항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러시아 자동차산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대러시아 자동차 수출은 2022년 15만4434대에서 지난해 116만9990대로 7.6배 급증했다.
또한 러시아 승용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이 2021년 8%대에서 지난해 60.4%로 크게 늘기도 했다. 하발, 체리, 지리 등 중국 기업들은 현지 생산 확대, 부분조립생산(CKD), 공장 인수 등을 통해 생산·판매를 끌어올렸다.
러시아 시장에 진출해 있던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전쟁 등을 이유로 철수한 시점에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중국 전략 공조 방침에 따라 완성차 및 부품 공급을 확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러시아 시장에서 공급망이 중국 등 우호국을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에 러시아 시장 재진출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현대차그룹, AS 네트워크 등 '신뢰 강화'로 시장 공략
여러 우려가 있지만 다행히 빈틈이 보인다. 러시아 현지에서 중국 차량의 품질과 애프터서비스(A/S)와 관련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알렉세이 포드셰콜딘 러시아 자동차딜러 협회장은 "브랜드가 수리와 지원을 보장하지 못하면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2025년에는 러시아에서 중국 브랜드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소비자들이 중국 브랜드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을 해소하면 현대차그룹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복귀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자아 재가동과 SKD 방식의 재진입을 동시에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지에서 인기있던 특화모델 부활,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등 신차종도 도입한다는 전언이다.
더불어 HMMR을 매각하며 기존 판매된 차에 대한 A/S 서비스 운영을 위해 현지 판매법인은 남겨둔 터라 러시아 현지 상황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시장은 전쟁 전까지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동시에 생산거점 역할을 해온 만큼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다만 중국 중심으로 재편된 공급망과 시장 구도를 고려할때 현대차와 기아의 시장 재진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