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시민이자 기자로서 바라본 윤종군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안성)과 김보라 안성시장의 그간 행보는 덕을 쌓은 정치인의 모습보다는 주판알을 튕기며 계산하는 '정치꾼'에 가깝다. 두 사람 모두 민심이 아닌 당심을 우선했고, 지역의 위기보다 당내 입지 다지기에 열을 올렸다.
현재 안성은 각종 기피시설이 한꺼번에 밀려들며 그야말로 위기에 처해 있다. 평택시가 안성 경계 지역에 추진 중인 대규모 종합장사시설(공설 화장장) 건립, 주민 머리 위를 관통하는 고압 송전선로 3개 노선 추가, 미세먼지·전자파·소음·온실가스 피해가 우려되는 SK하이닉스 LNG열병합 발전소 건설 등 주민 삶의 질과 직결된 위협들이 겹겹이 쌓였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지역을 이끌어야 할 두 정치인의 대응은 '반대한다'는 입장 표명이 전부다.
김 시장은 "안성의 발전을 저해하는 인근 지자체 사업에 맞서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하겠다"고 천명했고, 윤 의원도 "시민 이익과 뜻에 반하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며 ‘5대 원칙’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들의 행보는 단순 말잔치에 불과했다.

윤 의원은 탄핵 정국 당시 매주 버스를 동원해 시민들을 서울로 이끌고 가며 시위를 진두지휘했다. 피켓을 들고, 깃발을 휘날리며 구호를 외치던 그의 열정과 투쟁심은 그 누구보다 뜨거웠다. 그러나 정작 지역 현안 앞에선 그 열정을 찾아볼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나 환경부, 한전을 향한 항의 방문이나 기자회견 하나 없다. 민생 앞에서는 그의 뜨거운 발걸음은 멈춘 듯하다. 그가 그때의 열정으로 서울로 향하던 버스 방향을 한번쯤은 정부 부처로 돌려 시민의 뜻을 강하게 전했다면, 지금처럼 안성이 무시당하는 상황까지 왔을지 의문이다.
김 시장 역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지자체장임에도, 살을 에는듯한 추운 겨울 아침에도 안성 주요 거리에서 탄핵 피켓 시위를 이어갈 만큼 정치적 행보에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시민의 위기 앞에선 한없이 소극적이었다. 지난 2월25일 세종-포천 간 고속도로 다리 붕괴 사고로 마을 주민들이 전기, 수도, 가스 등이 끊긴 채 고립됐지만, 사고 첫날만 잠깐 모습을 비췄을 뿐 이후 현장을 찾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3월1일에도 3·1절 행사가 끝나자마자 그런 시민들을 뒤로하고 곧바로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역의 어려움보다 당의 일정이 우선이었다.
종합장사시설과 송전선로, 열병합발전소 등 현안에 대해서는 두 장짜리 성명서가 전부였다. 김 시장이 서울로 향했던 그 피켓을 산자부나 용인시, 한전을 향해 펼쳤다면 ,시위 현장에서 외쳤던 그 애절한 목소리로 시민의 목소리를 대신했다면 지금 같은 상황을 맞지 않았을 것이다. 시장이 얼마나 못났으면 같은 당 시의원한테 면전에서 면박을 받았을까.
두 사람은 당내 신임과 개인의 정치적 출세엔 성공할지 몰라도 시민의 마음은 얻을 수 없다. 송전선로가 하늘을 가르고, 발전소가 지역의 공기를 바꿔놓아도 그들에겐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윤 의원과 김 시장은 결국 안성 시민의 대표라기보다는 '정치꾼'이란 것을 스스로 보여줬다. 시민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는 '진짜 정치인'을 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