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혁 기자
이장혁 기자

10여 년간 원전수출을 놓고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은 같은 팀이지만 '각자도생'이었다.

계약은 한전, 시공과 운영은 한수원. 두 기관이 따로 움직인 결과, 내부 갈등은 고객 앞에서 숨길 수 없었다. 급기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최종 정산을 둘러싼 충돌은 국제 분쟁으로까지 번질 태세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원전수출은 누가 하는 게 옳은가. 정부가 뒤늦게 구조개편 용역에 착수한 것도 같은 이유다.

글로벌 원전시장은 2035년까지 16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금처럼 '네 일, 내 일' 다툼이 계속된다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한전은 국제 계약, 금융, 외교력 등에서 분명 강하다. 국가 기간산업을 총괄하는 공기업으로 국가 간 계약에서도 무게감이 있다. 하지만 원전을 지어본 경험이 없다. 기술도, 인력도 마찬가지다.

한수원은 한국형 원전을 개발하고 시공하고 운영해온 경험이 있다. 해외 프로젝트도 수차례 수행해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입증했다. 대신 계약·마케팅 능력은 좀 취약하다. 한전 없이 단독으로 대규모 국제사업을 따내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지금처럼 역할을 나눠 '책임은 흐릿하고, 갈등은 선명한' 체제로 가는 건 더 큰 리스크다. 한수원을 중심으로 통합하되, 한전의 외교·계약 기능은 보완적으로 결합하는 모델이 가장 현실적이다.

필요하다면 공동출자 형태의 '원전수출전담공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내부 논리를 앞세우기보단 국익과 국제시장에서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수출은 '국가의 얼굴'이다. 얼굴이 두 개면 신뢰하기 어렵다. '원전코리아'는 하나의 얼굴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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