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봉합 이후, 구조 전환과 외부 리스크 대응 과제 남아

이장혁 기자
이장혁 기자

현대제철의 7개월간 이어진 파업이 성과급 2700만원 지급 합의로 일단락됐다. 겉으론 매듭지어졌지만 내부의 불안은 여전하다. 반복된 임금 갈등은 노사의 신뢰를 흔들었고 갈등의 피로는 조직 전반에 남아 있다. 게다가 구조적 경쟁력 약화와 대외 리스크까지 겹치며 현대제철은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파업 사태는 단순한 보상 문제가 아니다. 오랜 시간 누적된 노사 간 불신과 회사의 체질적 한계가 맞물려 터진 결과다. 전기로 전환 지연, 고로 중심의 생산 구조, 자동차강판 편중이라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단면이 명확히 드러났다. 탄소중립이 글로벌 규범이 된 지금, 현대제철의 탈탄소 전략은 아직 더디다.

갈등 기간 동안 조선업계는 후판 수급에 차질을 빚었고 협력사들은 납기 불이행과 비용 전가라는 이중고를 겪었다. 사내 이슈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의 신뢰와 연결된 문제라 파장은 더 컸다.

이 과정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자율경영을 유지하며 현장에 문제 해결을 맡겼다. 일부에선 오너의 개입 부족을 지적했지만 당사자 중심의 자율 해법을 유도한 신중한 리더십이라는 평가도 있다. 단 그룹 차원에서 철강 계열사의 장기 전략과 방향성 제시는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파업 사태는 봉합됐지만 외부 변수는 더 거세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국은 다시 보호무역 기조로 회귀했고, 한국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가 재개되면서 수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향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에겐 적잖은 부담이다. 문제는 이 같은 외부 충격에 대응할 내부 체력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제철은 노사 관계 재정비는 물론 구조 전환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예측 가능한 성과보상 체계 도입, 전기로 기반의 저탄소 공정 전환, 제품 다변화와 수출 시장 재편 등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외부 리스크가 점점 복잡해지는 지금, 노사 모두가 안으로는 협력하고 밖으로는 함께 대응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파업은 끝났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내부와 외부, 두 갈래의 압력이 겹쳐진 지금이야말로 현대제철이 본질적으로 달라져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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