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첫 해외 원전 수출 사업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한국전력과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 간 갈등이 국제 분쟁으로 번졌다. '팀 코리아'의 대표 주자인 두 기관이 해외 원전사업 정산 문제로 충돌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국제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한수원은 영국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한전을 상대로 10억달러(약 1조4천억원)의 추가 공사비 정산을 요구하는 중재 신청을 제기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바라카 원전은 한국이 2009년 수주한 첫 해외 원전으로, 총 4기의 원전이 지난 해까지 순차적으로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한수원은 프로젝트 시운전 단계에서 한전과의 계약에 따라 운영지원용역(OSS)을 수행했으며, 공기 지연과 추가 작업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을 한전이 정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UAE 발주처로부터 비용을 먼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은 유보 기간 동안 협상을 벌였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수원은 한전의 100% 자회사지만, 법적으로는 독립된 계약 주체로 정당한 서비스 대가를 요구하는 입장이다. 한전은 원전 수출의 공동 이익을 내세우며 정산 시점과 책임을 미루고 있다.
양측은 국제 로펌을 선임하고 법적 대응 채비에 들어갔으며, 자문료만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 당시 예측하지 못했던 추가 공사비 부담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한수원이 정산을 받지 못하면 1조4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떠안게 되며, 배임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한전이 비용을 떠안을 경우 바라카 원전의 누적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된다. 한전의 UAE 원전 사업 누적 수익률은 2023년 말 1.97%에서 2024년 말 0.32%로 급락했다. 누적 손익도 4,350억 원에서 722억 원으로 줄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