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에너지 소비량이 2023년 기준 7위, 2024년 기준 개인당 석유 소비량 4위를 기록하고 있다"
20일 서울 영등포구 SK증권빌딩에서 열린 '2025 대한석유협회 기자 아카데미'에서 환영사를 통해 박주선 대한석유협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박 협회장은 "정유 산업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중추 산업으로서의 큰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세계 7대 석유 소비국가이면서 국내 4대 수출 품목 중 하나인 석유 제품을 수출해 원유 수입가의 60%를 회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정유업계의 영업이익률은 1.6%에 불과했고 그 중 6년간은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며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6%대 도소매업은 4%대인 것과 비교하면 박리다매 형식으로 운영된다"고 말하며 환영사를 마쳤다.

발표자로 나선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 실장은 정유업계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조 실장은 "두바이유는 중동에서 생산되는 원유고 브랜트유는 북해에서, WTI는 미국 서부 텍사스에서 생산되고 있다"며 "두바이유가 중요한 이유는 중동 원유의 가격 산정 기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석유가 고갈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에 대한 설명도 했다. 그는 "현재의 가격과 기술로 생산한다는 가정 하에 향후 53년 정도 쓸 수 있는 석유가 부존돼 있다"며 "이런 양은 매년 늘어나고 있고 그 중 절반 정도가 중동에 매장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업계에서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는 정제마진이다. 보통 정제 마진은 싱가포르 두바이유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와 관련해 조 실장은 "올해 1분기 정제 마진은 0.9달러로 보통 수익성 마진이 남는 구간을 4~5달러로 산정하고 있는데 4달러 이하면 손실 구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환율 변동성에 따른 원유 가격 상승에 취약한 구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설비 건설에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 장치 산업에 해당하는 만큼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며 "수요 측면에서는 석유가 여전히 국내 최대 에너지원이고 수요 탄력성도 낮다"고 강조했다.
개소세·임시투자 세액공제 등 '정책적 아쉬움'
개별 소비세와 관련한 이야기도 꺼냈다. 조 실장은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원료로 사용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별소비세를 면제해주고 있지만 정유사에서 정제 원료로 사용되는 벙커C유에 대해서는 세수가 면제되지 않아 형평성에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에서 원료용 중유를 사용하는 나라는 66개인데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들은 원료를 투입할 때는 개별 소비세를 면제해 주거나 환급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정유업계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임시 투자 세액 공제 제도에서 대기업이 빠진 점도 꼽았다.
조 실장은 "정부가 2023년 시행된 임시 투자 세액 공제 제도를 연장하면서 대기업들도 포함시키겠다고 했지만 결국 제외하면서 신뢰 보호의 원칙이 훼손됐다"며 "에쓰오일의 경우 샤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해 1300억원 정도의 금액을 환급받지 못해 단기 손실로 이어졌던 여파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배터리 같은 산업은 수도권에 집중해서 투자가 일어나고 있지만 석유화학, 정유사 등은 지방에 거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지역간 균형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는 관점도 제시했다.
조 실장은 "향후 SAF같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를 위해서는 1조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이 망가진 상황에서 임시투자 세액공제 제도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여력이 부족하다"며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임시 투자 세액 공제 제도의 대기업 적용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