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80달러대 두바이유 60달러대로 급락
정제마진 10달러대에서 4~5달러 선까지 하락
업계, 수출 감소·마진 악화 등 부정적 영향 우려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내 정유업계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제유가와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동반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1분기 실적 둔화가 예고된 정유업계에 2분기 실적 낙폭이 더욱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5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4월 넷째 주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8.80달러로 집계됐다. 셋째 주(66.42달러)보다 소폭 올랐지만 80달러 선이던 지난 1월과 비교해 10달러 이상 내려온 수치다.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의 원유 펌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의 원유 펌프(로이터=연합뉴스)

국제유가는 연초부터 지난 3월까지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중심으로 산유국들의 증산과 가격인하에 더불어 중국의 수요 부진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대한석유협회는 "미국 관세정책은 글로벌 무역과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 불확실성을 높이고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가능성을 촉발했다"며 "국내 정유업계에 수출 감소, 마진 악화 등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단순히 유가만 떨어진 것이 아니다. 정유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하락했다. 지난달 배럴당 4달러 수준이던 국제에너지기구(IEA)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이달 들어 2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업계에선 통상 4~5달러의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으로 잡힌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초기 석유 수요 증가와 관세 효과 등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과는 반대로 최근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이다.

유가와 정제마진이 하락한 것은 미중 간 무역갈등에 따른 불확실성도 있지만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수요가 줄어들면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지고, 이는 정제마진 하락을 야기해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요 부진 등으로 어떤 시기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1분기 실적 둔화가 예고된 정유업계는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 정유부문 1분기 영업이익 1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쓰오일 정유 부문은 100억원대 적자를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수요 회복 시점이 불명확하고 국제유가도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63달러, 2026년 58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정유 부문에서 총 190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 정유 부문 영업이익률은 2022년 6.4%에서 2023년 1.4%, 2024년 -0.1%로 하락하는 추세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2007년부터 18년간 정유부문의 영업이익률 평균은 1.6%로, 박리다매 저마진 수준"이라며 "올해도 저조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업계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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