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핵심 지표 정제마진 지난달 3.5달러…전월비 1.7달러↑
관세전쟁이 기회로…'그림의 떡' 캐나다 원유 수입길 열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정제마진이 개선되면서 손익분기점에 근접했다.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저렴한 캐나다산 원유 수입이 가능해지는 만큼 국내 정유업계가 실적을 반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텍사스주의 원유 펌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의 원유 펌프(로이터=연합뉴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3.5달러로 지난 1월(1.8달러) 대비 1.7달러 상승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수송비 등의 비용을 뺀 수치다. 정유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을 4~5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견조한 수요와 공급 축소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극 한파가 북반구를 덮치면서 등·경유를 중심으로 강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지만 공급은 축소되고 있다. 미국의 주요정유 설비의 가동률도 절반 수준이다. 미국이 이란의 석유 수출을 겨냥해 선박 제재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이란 원유를 수입한 중국 소규모 업체엔 치명타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제마진이 우상향을 그리는 만큼 정유업계는 실적 개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해 실적 악화의 리스크가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 부문의 경우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5991억원이었는데 2분기 1442억원, 3분기 -6166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는 정제마진 회복으로 3424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에쓰오일 역시 3분기 5737억원 적자에서 4분기 1729억원 흑자전환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북반구의 계절적 수요와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정제마진의 점진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기업들은 트럼프 에너지 정책에 따라 수익성 개선 등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콤플렉스 전경 /사진=SK에너지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콤플렉스 전경 /사진=SK에너지

관세에 막힌 캐나다산 수출 다변화 전망…정유업계 도입에 '관심'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산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정유업계는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글로벌 4위 원유 생산국인 캐나다는 미국의 원유 최대 수입국으로,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 중 60%는 캐나다산이다.

미국이 캐나다산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면 막대한 물량은 미국을 피해 한국 등 아시아 권역으로 수출 창구를 다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사가 캐나다산 원유에 관심갖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기준 캐나다산 원유(WCS)는 배럴당 54.01달러로, 두바이유(71.09달러)보다 24%, 서부텍사스원유(WTI·66.69달러)보다 19% 저렴하다. 여기에 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만큼 관세도 없다. 배럴당 1~2달러만 저렴해도 정유사들은 영업이익이 크게 오른다. 

기업들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에너지는 캐나다산 원유를 현 정유시설에서 정제할 수 있는지 검증 작업을 마쳤다. 캐나다가 원유 수출 다변화에 나서면 스폿 형태로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검증 결과 두바이 원유와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바로 도입할 수 있다"며 "원유 기업들과 수입 관련 논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캐나다산 원유 도입에 적극적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9월 일본 정유사 에네오스와 함께 캐나다 원유를 30만 배럴 시범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당시 가격은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5~6달러 낮았다. HD현대오일뱅크도 시장 조사를 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미국으로 수출되지 못한 캐나다산 중질유가 시장에 다량 공급되면 중질유를 원하는 국내 정유사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수입 물량을 줄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WTI가 지금처럼 캐나다 원유보다 10% 이상 높은 가격을 유지하면 관세 부담에도 캐나다산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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