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에 막힌 캐나다, 아시아 수출 확대 전망
정제마진 개선 및 원유도입 가격 하락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및 멕시코산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정유업체들이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캐나다로부터 다량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데 관세로 원유 도입 가격이 오르면 이를 정제한 미국산 석유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관세 때문에 캐나다가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을 늘리면 국내 정유사들이 이를 수입해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되 캐나다산 에너지에 대한 관세율은 10%로 조절했다. 캐나다산 원유는 10%, 멕시코산 원유는 25%의 관세가 각각 적용된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주요 원유 수입국이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캐나다는 미국에 하루 평균 405만배럴(1배럴=158.9ℓ), 멕시코는 47만배럴의 원유는 수출하며 미국 원유 수입국 중 1,2위에 올랐다. 미국이 두 나라에서 수입하는 원유는 전체 수입량의 70%에 달한다.

미국은 최근 몇 년간 셰일오일을 대폭 증산하며 매일 1300만배럴 가량의 원유는 생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생산량이 소비량에 미치지 못해 수입이 필요하다.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원유 대부분은 중질유(Heavy Crude)다. 원류는 생산지와 산출되는 유층에 따라 성질이 다른데 미국석유협회(API)는 자체 제정한 석유비중표시 방법인 'API 비중'에 따라 원유를 구분한다.

API 비중은 60°F(15.6°C)에서 원유의 상대적인 밀도를 물과 비교한 값으로, 특정 공식에 의해 계산된다. 통상 30도 이하의 원유를 중질유로, 34도 이상의 원유를 경질유(Light Crude)로 분류한다. 세계 3대 원유 산지 중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는 경질유, 두바이유는 중질유로 분류된다.

글로벌 4위 규모의 원유 생산국인 캐나다는 현재 생산량의 약 80%를 수출하는데 이 중 97%가 미국으로 간다. 캐나다는 지난해 5월 로키산맥을 횡단하는 트랜스 마운틴 송유관 프로젝트(TMX)를 완공하며 미국 외 지역으로의 수출 여력을 기존 하루 30만배럴에서 89만배럴까지 확장했다.

에쓰오일 울산시 울주군 온산공장 전경./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 울산시 울주군 온산공장 전경./사진=에쓰오일

업계에서는 미국 관세 장벽에 마주한 캐나다가 아시아, 유럽 등으로 수출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며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산 원유 비중이 60∼70%를 차지한다. 다만 최근 에너지 안보 등을 고려해 원유 수입국을 다변화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 국내 정유업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캐나다산을 수입해 원유 도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동 두바이유와 품질이 유사한 캐나다산 원유의 아시아 수출 증가에 국내 정유사들은 도입 원가를 절감할 가능성이 있다"며 "원유 도입선 다변화와 상대적 원가 우위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제품 측면에서도 정제마진 확대로 손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 운영비 등 비용을 뺀 값으로, 정유업계 수익을 가늠하는 지표다.

미국은 세계 주요 경유 수출국이다. 그런데 원유에 관세가 붙으면 생산 비용이 늘고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해져 미국의 경유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글로벌 공급 부족이 생겨 경유 가격이 오르고 그만큼 정제마진이 높아지면서 정유사 수익성이 개선된다.

휘발유의 경우 미국은 수출국이면서 수입국이다. 미국 내 정제시설 가동률 하락으로 휘발유 생산이 줄어 수입량이 더 늘면 역시 글로벌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휘발유와 경유 모두 국내 정유사들에는 수혜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캐나다산 원유 가격이 낮아지면 들여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는 의도로 보이지만 대규모 장치산업인 업종 특성상 현지 진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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