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값싼 이란 원유 수입 막혀
국내 정유사 가격 경쟁력 오를 전망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이란 원유 수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업황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원가 부담 완화와 동시에 전쟁 종식 후 재건을 통한 수요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무역적자를 빌미로 관세 철퇴를 휘두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관세 범위와 수위를 가늠할 수 없어 불안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외 정책에 정유업계 반사이익 가능성 ↑

2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러-우 종전, 이란 제재 등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원가 경쟁 우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만난 미국과 러시아는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전쟁 종식 방안을 다룰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는데 합의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4월 20일까지 종전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들이 러시아에 수출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산 원유가 저렴한 가격에 중국으로 다량 유입됐다. 지난해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 최대 원유 공급국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1억702만톤이었다.

이란산 원유도 서방 제재를 받으면서 생산량의 90% 이상이 중국에 싼 값으로 판매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경로도 완전 차단하기 위해 최대 수위 압박을 실행하는 정책에 지난 4일 서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중국의 원가 경쟁력이 약해지고 국내 정유업계의 원가 구조는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준비 중인 석유·가스 부문 관세의 경우 업계가 방향성을 잡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트럼프는 고관세 기조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고 앞서 철강,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보편관세 25%라는 압박성 정책을 시행했다. 관세를 통해 자국 투자를 유도한다는 전략으로 분석되지만 석유·가스 부문에선 수출국인 만큼 관세 압박이 역효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는 한미 FTA 이후 관세 3%가 면제된 상태인데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상황"이라며 "관세를 도입하면 미국산 원유의 경쟁력이 떨어져 국내 업계가 타국 원유를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한국가스공사가 추진 중인 당진 LNG 제5기지 조감도 /사진=현대제철
한국가스공사가 추진 중인 당진 LNG 제5기지 조감도 /사진=현대제철

관세 정책 실효성 떨어지지만…협상카드로 원유 수입처 변경 검토 

국내 전체 LNG 수입량의 약 80%는 한국가스공사가 차지한다. 만약 기존 중동산 LNG를 미국산으로 전부 대체할 경우 수입액은 46억4700만달러(약 6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557억 달러)의 8.3% 수준으로, 그만큼 대미 무역흑자 폭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자동차·반도체 관세의 협상카드 중 하나로 LNG협력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영국 BP로부터 약 158만톤의 LNG를 공급받을 예정인데 이 중 상당수는 미국산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세계LNG 시장에서 미국만큼 생산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국가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민관 차원에서 미국산 가스와 원유 등 에너지 수입 확대에 나선 바 있다. 한국의 미국산 가스, 원유 수입 비중은 트럼프 출범 직전인 2016년엔 각각 0.2%, 0.1%였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 동안 대폭 증가해 2023년엔 13.5%, 11.6%까지 늘었다. 특히 지난해 미국산 LNG 수입량은 571만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12%를 차지했다.

트럼프발(發) 통상전쟁이 격화되면서 국내 정유사들도 원유 수입처를 미국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협상카드임과 동시에 저렴한 미국산 LNG 도입으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SK이노베이션 E&S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은 LNG를 연료로 사용할 뿐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LNG가 기존 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가격 경쟁력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산 원유는 경질유로 분류돼 중질유인 중동산과 비교해 정체 방법의 차이가 있어 추가 비용이 든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질유 설비를 경질유로 바꾸려면 그만큼 정제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 있다"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당장 (수입처 변경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운송 비용을 고려해야 하고 종래 수입하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율과 균형을 어떻게 맞춰나갈지 등 여러 요소를 생각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기업들은 최대한 더 저렴한 원유를 도입하려고 하지만 각사별로 방향성이나 적극성에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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