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관세 대부분 철폐했지만 對美 무역흑자 커 "안심할 수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할 때 상대국의 관세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하겠다고 하면서 한국은 표적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이 나왔다.
미국은 상호관세를 무기 삼아 그동안 미국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을 어렵게 만든다고 여겨온 한국의 각종 정책과 규제를 없애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서명한 '상호 교역과 관세' 대통령 각서를 통해 행정부에 각 교역 상대국의 관세, 세금, 비관세 장벽, 환율 정책, 기타 미국 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는 불공정한 관행 등을 조사해 그에 상응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관세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에 부담이 되고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이라고 판단되는 상대국의 모든 정책과 규제 등을 문제 삼겠다는 것이다.

통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이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의 규제 중 하나는 한국 정부와 국회에서 추진해온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다.
이 규제는 시장을 좌우하는 소수 거대 플랫폼 기업의 부당행위를 금지한다는 취지이지만, 미국상공회의소를 비롯한 미국 재계는 규제가 중국 기업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미국 기업에만 부담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 지명자는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 유럽연합(EU)과 한국 등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 움직임에 대해 질문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전에도 한국에 여러 비관세 장벽이 있다고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했는데 매년 발간하는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그런 내용을 기재해 왔다.
지난해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자동차의 경우 “미국 자동차 제조사의 한국 자동차 시장 진출 확대는 여전히 미국의 주요 우선순위”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미국 자동차 업계가 한국의 자동차 배출 관련 인증 절차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할 때 한국의 자동차 안전·환경 규제를 미국산 자동차 수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 때문에 당시 한국은 미국 안전기준만 충족해도 한국에 수출할 수 있는 차량 물량을 늘리는 등 이런 기준의 유연성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의 약가 정책도 미국에서 수년간 지적해온 분야다.
미국 제약업계는 한국이 약가를 책정할 때 미국의 혁신적인 제약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거듭 제기해 왔다.
이 부분도 한미 FTA 개정 협상 당시 다뤄졌다.
한국의 전·현직 통상 당국자들에 따르면 NTE 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은 미국 행정부의 어떤 우선순위를 반영한다기보다는 미국 재계의 우려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것이라 트럼프 행정부가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적용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에 대한 국가별 검토를 마치겠다고 밝힌 4월 1일은 USTR이 매년 NTE 보고서를 발간하는 시기와 겹치는 데다 재계에서 지속해서 불만을 표출한 내용인 만큼 중요하게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산 제품에 대한 한국의 관세만을 이유로 상호관세를 부과할 근거는 많지 않다.
USTR은 NTE 보고서에서 지난 2012년 3월 15일 한미 FTA 발효와 함께 산업·소비재 관세의 거의 80%가 즉시 사라졌으며, 다른 제품 대부분에 대한 관세도 2021년 1월 1일부로 철폐됐다고 평가했다.
특정 해산물은 오는 2026년에 관세가 없어질 예정이며 농산물은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가 철폐된 가운데 일부는 일정 물량을 초과하는 수입에만 관세를 매기는 저율할당관세(TRQ)를 유지하고 있다고 USTR은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큰 무역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은 분명 부담이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 방식에 대해 “우리가 무역적자가 가장 많고 문제가 가장 심각한 국가들을 먼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 한국과의 교역에서 660억달러(약 95조1600억원) 무역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중국, 멕시코, 베트남, 아일랜드, 독일, 대만, 일본 다음으로 많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1기 때 협상한 개정 한미 FTA가 2019년 발효한 이후 미국의 적자는 오히려 매년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