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 운송
韓 수입 중동산 원유 99% 호르무즈 통과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해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직접 개입하면서 이란 의회(마즐리스)가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이자 병목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22일(현지시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호르무즈 해협 지나는 유조선.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지나는 유조선.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정 중요성

호르무즈 해협은 길이 약 160㎞, 폭이 좁은 곳은 약 50㎞정도지만 페르시아만을 대양으로 이어주는 유일한 해로로 지정학적 중요성이 막대하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해협을 통한 석유 운송량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2000만배럴로, 전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올해 1분기 들어서도 운송량은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전세계 석유 해상 운송량과 비교하면 전체 운송량의 4분의 1이 이 해협을 관통해 운반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전세계 해상 운송량의 5분의 1이 해당 해협을 지난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대부분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시장으로 들어간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 /사진=구글맵
호르무즈 해협. /사진=구글맵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호르무즈 해협은 지리적 특성상 이란이 봉쇄 작전을 펼치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호르무즈 해협은 수심이 비교적 얕아 대형 유조선이 지나갈 수 있는 해로가 한정돼 있는데 이런 대형 선박 대부분은 이란 영해를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얕은 수심으로 인해 기뢰 공격에 선박이 취약할 수 있으며 이란 해안선에 근접해 있어 미사일 및 소형 순찰정, 헬기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도 있다.

물론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유조선 공격과 기뢰 설치 등으로 이곳의 통항이 위협받았던 적은 있지만 전면 봉쇄까지 이어진 적은 없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일-이란 전쟁, 미국의 공습 참전은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해협 봉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이란 의회(마즐리스)는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기 때문이다.

최종 결정권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지만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급 이후 이란이 보복조치를 강구하면서 사실상 전면 봉쇄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인 셈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에너지 수급 우려가 커지고 있는 1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표시된 유가 정보. /사진=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에너지 수급 우려가 커지고 있는 1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표시된 유가 정보.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국내 정유 및 석화업계 영향

국제유가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 이후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험을 반영해 이미 12% 넘게 급등했다. 여기에 유조선 항로 차단이 현실이 될 경우 유가가 더욱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국제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정유업계와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동 리스크가 고조되며 국내 주유소 평균 기름값은 6주만에 반등했다. 21일 기준 서울 시내 평균 휘발유값은 리터당 1721원을 넘었다.

정유사들은 달러로 원유를 수입하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구매 비용에 부담이 생긴다. 단기 실적은 오르더라도 상황이 지속되면 원유 도입 비용 증가와 고유가 부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정제마진이 줄어든다.

석유화학 업계는 이미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마진이 악화한 상황이다. 여기세 나프타 등 원재료 가격이 올라 수익성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봉쇄될 경우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72%를 중동에 의존하는데 해당 물량의 99%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봉쇄되면 원유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해협이 봉쇄되면 유가 수준이 100달러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 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면 단기적으로는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국내에는 200일 정도의 비축유가 있기 때문에 당장 급격한 공급망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중동 긴장 상태가 장기화 될 경우 국내 정유사들 모두 공급망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관련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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