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 LG생활건강 시가총액 넘기며 화장품 빅3 반열 합류
"화장품 포트폴리오 보유 중인 앵커에쿼티 인수 시 시너지 기대"

|스마트에프엔 = 김선주 기자| 애경산업 인수전에 태광그룹,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 등 4곳이 뛰어들면서 애경이 화장품 '빅3' 자리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화장품업계의 통상적인 빅3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애경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애경산업의 올해 1분기 실적 부진과 신흥강자인 '에이피알'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화장품업계의 판도가 재편됐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이미 에이피알이 LG생활건강을 밀어내면서 빅3 반열에 합류한 것이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올해 1분기 매출 2660억원, 영업이익 536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각각 79%, 97%로 급격히 성장했다. 이는 애경산업 실적의 두배 수준이다.
지난 달 25일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총액 5조68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5조2243억원을 기록한 LG생활건강을 제치고 업계 2위에 오른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에이피알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한 3158억원, 영업이익은 77% 늘어난 62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이피알은 메디큐브 브랜드를 기반으로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를 연계해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큰 성과를 냈다. 화장품이 매출의 약 60%, 뷰티 디바이스가 약 35%를 차지한다.
LG생활건강, 중국 사업 부진...프리미엄 전략으로 '해법'
LG생활건강은 매출 1조 6979억원, 영업이익 1424억원을 기록해 각각 1.8%, 5.7% 감소했다.
'한한령'으로 해외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 시장에서의 사업이 부진하면서 전체적인 실적 악화를 거둔 것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의 HDB(생활용품) 부문은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성장했고, 북미와 일본 등 비중국 시장에서 색조 브랜드와 더마코스메틱이 선전했다.
아모레퍼시픽, 안정적인 성장세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해 117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조 6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했다.
순이익은 1190억원으로 48.5%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해외사업 영업이익이 69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20.5% 늘었고, 국내사업 영업이익도 494억원으로 0.6%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 편중됐던 해외 매출 비중을 다변화했다. 이에 미국·유럽 등의 매출 규모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부진을 상쇄했다.
미주 지역에서는 브랜드와 제품 포트폴리오가 확대되면서 매출이 79% 증가했다.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 매출도 3배 넘게 성장했다.
애경산업, 매각 통해 '빅3' 진입할까
애경산업은 같은 기간 매출 1511억원, 영업이익 60억원으로 각각 10.7%, 63.3% 감소했다.
특히 화장품 사업 부문에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현재 애경그룹은 지주사 AK홀딩스와 애경관리자산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38%에 대한 매각을 진행 중이다.
애경산업 매각으로 그룹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요 후보자로 태광산업이 있었으나 자금 조달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수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자사주를 기초로 한 EB 발행과 관련된 절차를 보류하고 있다.
이에 태광산업 대신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앵커에쿼티는 2019년부터 화장품 제조사 더마펌을 보유 중이다. 또 화장품 유통을 강화하는 포트폴리오사(피투자사) 마켓컬리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K-뷰티 호황은 원료, 부자재사를 비롯해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ODM 기업, 마찬가지로 글로벌 감각을 갖춘 브랜드사의 SNS 마케팅 전략 등이 유기적인 시너지를 내며 생태계를 구축한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며 "앵커에쿼티가 인수할 경우 엥커에쿼티가 보유 중인 포트폴리오와 시너지를 얼마나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랜 업력과 생활 전반에 걸친 다양한 화장품 포트폴리오를 갖춘 애경산업이 인수가 완료돼 자금력이 결합되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에이피알을 중심으로 재편된 국내 화장품 시장 속에서 일정 부분 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수 이후 시장 환경에 대응한 브랜드 재편과 글로벌 확장 전략이 중장기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애경의 빅3 복귀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이피알의 해외 매출 비중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에이피알의 2024년 55%였던 해외 매출 비중이 2025년 76%, 2026년 83%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상장 화장품 브랜드사 중 돋보이는 해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의미있는 외형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