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예술의 만남, ‘리콜렉티브: 머터리얼스’ 8월 1일까지 관람 가능
폐소재, 오브제와 패션 아이템으로 재활용…지속가능성 제시

| 스마트에프엔 = 한시온 기자 |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전개하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가 산업폐기물을 소재로 버려진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전시 ‘RE; COLLECTIVE: MATERIALS’를 진행하고 있다. 

지표누리에서 발표한 국가발전지표에 따르면, 국내 하루 평균 폐기물 발생량은 1996년 약 18만 톤에서 2023년 48만 톤으로 약 167% 증가했다. 특히 사업장과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 전체의 85% 이상을 차지하며, 폐기물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코오롱FnC는 업사이클링 전시는 주목할 만 하다.

전시는 지난 5월 15일부터 시작해 오는 8월 1일까지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 이수에서 무료로 진행 중이다. 래코드는 코오롱FnC의 남은 재고, 폐소재를 활용해 옷을 해체하고 재조합해 수작업으로 옷을 만드는 브랜드다.

기자는 지난 23일 전시장을 방문했다. 전시에는 네 가지 재활용 소재를 활용했다. ▲육군 및 공군과 협업해 수거한 군용 텐트ㆍ낙하산 ▲불량 에어백 ▲고려대학교 의료원에서 회수한 폐의료복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개발한 섬유 헤라크론이다. 

‘RE; COLLECTIVE: MATERIALS’ 전시 입구에서 볼 수 있는 원피스 /사진=한시온 기자

전시 입구에 들어서면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압도적인 크기의 원피스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군용 텐트와 낙하산 원단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만든 이 작품은 한때 국방을 위해 치열하게 사용되던 물건이 예술로 승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상체를 감싸는 재킷 형태의 상의는 구릿빛 오렌지색으로, 군복 특유의 거친 이미지를 부드럽게 중화한다. 하단을 채우는 스커트는 올리브카키 그린의 낙하산 천이 주름을 이루며 바닥으로 물결치듯 흐른다.

이 작품은 단순한 재활용 패션을 넘어, 하나의 조형적 드레스로서 전시 공간을 압도한다. 낡고 버려졌던 소재들이 새로운 감각으로 재탄생하며, 관람객에게 ‘버려진 것의 재발견’이라는 전시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밀리터리 컬렉션에 전시된 의류 제품들 /사진=한시온 기자
밀리터리 컬렉션에 전시된 의류 제품들 /사진=한시온 기자

‘밀리터리 컬렉션’에서는 군용 텐트와 낙하산 원단을 활용한 다양한 작품이 전시됐다.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실생활에서 착용가능한 제품들도 만날 수 있다. 카모플라주 패치가 더해진 줄무늬 티셔츠, 군용 바지를 재조합해 만든 셔츠 원피스 등은 밀리터리 소재의 기능성과 감성을 동시에 담아냈다.

옷마다 각자 '3', '6' 등 고유 번호가 적힌 희색 라벨이 부착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한정된 재료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해당 숫자만큼의 수량만 생산되었음을 의미한다.  

에어백 컬렉션의 전시 모습 /사진=한시온 기자
에어백 컬렉션의 전시 모습 /사진=한시온 기자

'에어백 컬렉션'에서는 불량이나 폐기된 에어백 소재를 활용해 만든 다양한 일상용 오브제를 볼 수 있다. 침구 브랜드 ‘슬로우베드’와 협업해 제작한 쿠션과 담요도 함께 전시됐다.

폐의료복을 단일 소재로 재생산한 과정을 영상 콘텐츠로 보여준다. /사진=한시온 기자
폐의료복을 단일 소재로 재생산한 과정을 영상 콘텐츠로 보여준다. /사진=한시온 기자

업사이클링 영역을 의료 분야로까지 확장한 시도도 눈에 띈다. 병원에서 사용됐던 폐의료복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흰색 알갱이 형태의 재생 PET 원료로 만들고, 이를 다시 실로 뽑아 옷으로 제작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관람객은 완성된 유니폼과 PET 알갱이를 함께 보며, 폐기물이 다시 패션으로 순환되는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고기능 소재 섬유 ‘헤라크론’을 3D 니팅 방식으로 만든 작품이다./사진=한시온 기자
고기능 소재 섬유 ‘헤라크론’을 3D 니팅 방식으로 만든 작품이다./사진=한시온 기자

이 외에도 텍스타일 아티스트 오상민 작가와 협업해 헤라크론 원사를 이용한 설치 작품 ‘소일 투 쏘울(SOIL TO SOUL)’도 선보인다. 이 작품은 방탄복, 고성능 타이어코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쓰이는 섬유 헤라크론을 실타래로 풀어 입체 직조 기법인 3D 니팅 방식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이는 합성 섬유 중심의 대량 생산과 폐기로 인한 환경 오염이 빈번한 패션 산업에 대해, 섬유 소재의 지속 가능성을 환기하는 새로운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기간 운영되는 ‘RE;TABLE DIY 워크숍’ /사진=한시온 기자
전시기간 운영되는 ‘RE;TABLE DIY 워크숍’ /사진=한시온 기자

현장에서 진행된 ‘RE;TABLE DIY 워크숍’에도 직접 참여해볼 수있다. 버려진 라벨, 에어백 원단, 운동화 끈 등을 활용해 관람객이 직접 나만의 키링을 만들어보는 체험이다. 키링 제작 키트부터 재료까지 '새'상품이 아닌 미사용 재고를 재활용한 것이다. 참여자들은 전시를 보며 직접 업사이클링에 참여해볼 수 있다는 점이 의미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산업 소재들을 다시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되살리는 래코드 브랜드의 상징적인 프로젝트다"며 "앞으로도 래코드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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