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상호관세' 정책이 오는 7일 0시 1분(미 동부시간 기준)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이 자유무역 체제를 사실상 뒤집는 이 조치로 인해, 글로벌 무역 환경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유무역 대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며 각국에 고율 관세를 예고해왔다. 상호관세의 본격 도입은 미국 중심의 거래 구조를 가속화시키는 동시에, 전 세계 국가들을 관세를 무기로 한 무역 갈등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합뉴스 등이 6일 보도했다. 

“美 해방일”···선언과 동시에 대혼란

취임 직후 관세 공세를 예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무역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57개 주요 경제권에 기본관세 10%를 부과하고, 국가별로 추가 관세를 더하는 상호관세 체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를 미국의 “해방일”이라 표현했지만, 국제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특히 한국은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제 아래 무관세 혜택을 누려왔지만, 미국은 이를 무력화하고 기본 10%에 국가별 15%를 추가해 총 25%의 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통보했다.

중국은 무려 34%의 관세율을 통보받고 강하게 반발했으며, 이에 미국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해선 90일 유예기간을 두고 개별 협상에 나서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한일·EU 등은 15%로 타협···한국, LNG 수입·투자 조건 합의

이후 미국은 주요 교역국과 개별 협상을 벌이며 상호관세율 조정을 시도했다. 일본은 대미 투자 확대와 자동차·쌀 시장 개방 등의 조건으로 15% 관세율에 합의했으며, 유럽연합(EU)도 대규모 에너지 수입과 투자를 약속하면서 동일한 수준의 관세율을 적용받기로 했다.

한국 역시 지난달 30일, 당초 통보된 25%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대신 미국에 2000억달러 규모의 투자펀드 조성과 함께 조선업·에너지 부문 투자 및 미국산 LNG 수입 등을 약속했다. 핵심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는 일본·EU와 동일하게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 다만 쌀·쇠고기 시장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자국에 대한 투자를 대가로 관세율만 일부 완화하며 실리를 챙긴 셈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한미 무역협상 타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한미 무역협상 타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부 국가는 협상 난항···브릭스 겨냥 고율관세 압박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등 브릭스(BRICS) 주요 신흥국들과의 협상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중국과는 관세휴전 연장 협상이 진행 중이나, 트럼프는 아직 연장 승인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브라질의 경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이유로 기본 10% 외에 추가 40% 관세 부과가 예고돼 총 50%의 관세가 적용될 전망이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속히 종식하지 않으면 2차 제재성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문제 삼아 "관세를 대폭 인상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이 있었고, 남아공은 현재 30%의 상호관세율이 임박한 가운데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품목별 관세 확대 예고···韓 반도체·車 우려

트럼프 대통령은 품목별 관세 확대도 예고했다. 기존 철강·알루미늄·구리 등에는 50% 관세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최근에는 반도체와 의약품에도 고율 관세를 예고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의약품에 대해 “처음엔 소폭 관세를 부과하되, 향후 1~1.5년 내에 최대 250%까지 올릴 것”이라 밝혔다. 한국의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에도 추후 품목별 조정이 예고되면서, 국내 산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제조업 부활, 고용 창출, 무역수지 개선이라는 이른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전략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3.0%를 기록하며 시장 기대를 웃돌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그 이면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NYT는 "관세가 사실상 대미 투자 유치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들이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며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보호무역이 단기적 인플레이션을 넘어 장기적 영향까지 끼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IMF는 관세정책이 현행대로 시행될 경우,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역시 보고서를 통해 “관세 전쟁은 세계 경제를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이중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발 상호관세 체제가 가동되며, 세계는 다시 보호무역 시대로 되돌아가는 듯한 형국이다. 무역의 자유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지켜온 지난 수십 년간의 흐름이 단숨에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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