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1인당 진료비 543만원···건보 재정 압박 심화
국회·의료계, 행위별 수가제 개편 두고 찬반 갈려

| 스마트에프엔 = 한시온 기자 | 한국은 올해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노인 인구는 전체의 17.9%에 불과하지만, 2023년 건강보험 진료비의 44.1%인 48조9000억원을 차지했다. 노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43만원을 넘어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구성한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는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건보 재정 균형을 위한 정책 토론'를 개최했다.
토론에 앞서 국회 보건복지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이수진 국회의원은 "여당으로써 의료 대란을 막고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의료 공백으로 인한 희생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건강보험 재정 지출액은 2013년 50조7000억원에서 2022년 103조원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우리나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64.9%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보험료는 오르지만 보장률은 정체돼, 국민의 의료비 지출 부담만 커지는 구조다.
행위별 수가제 중심 구조, 재정 악순환 초래
이번 토론 발제를 맡은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 악순환의 원인으로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지불제도를 지목했다.
현재 국내 건강보험 지불제도는 ▲행위별 수가제 ▲포괄수가제 ▲일당제로 나뉜다. 이 가운데 진료행위마다 별도로 비용을 청구하는 행위별 수가제가 전체의 93.4%를 차지한다. 김 교수는 "행위별 수가제는 진료량이 늘수록 수익이 커지는 구조라 재정 부담이 커지고, 대형병원에 보상이 집중되는 반면 동네의원과 약국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거론된 포괄수가제와 일당제 역시 한계가 있다. 질병·수술별로 미리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인 포괄수과제는 행위별 수가제보다 30%정도 더 높은 수가를 지급했음에도 낮은 성과가 나타났다. 행위별 수가제와 포괄수가제를 혼합한 신포과수과제도 진료비와 재입원이 증가하는 한계가 나타났다. 하루 단위로 금액을 지급하는 일당제는 장기요양환자에게는 유리하지만 비급여(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이 되지 않는 항목)사용이 많아 전체 진료비를 더 키우는 요인이 됐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은 처음 도입 당시 보장률이 낮아 보험료 인상과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 급여를 넓혀왔지만,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비급여 진료가 늘어났다"며 "이로 인해 비급여를 급여로 편입하고, 다시 보험료를 올리는 악순환이 수십 년간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와 같은 재정 부담을 장기적으로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해 비급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안은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장은 "건강보험료를 많이 내고 있음에도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의료비와 비급여를 동시에 통제하고 공공의료를 확충하며, 수가산출모형 개편과 같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권리가 강화되고 의료개혁 관련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성엔 공감···수가제 개편엔 엇갈린 시각
현장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행위별 수가제 개편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윤용선 대한의사협회 지불보상제도TF 부위원장은 "행위별 수가제 덕분에 우리나라 의료의 질이 높아졌다"며 "수가가 낮기 때문에 진료량이 늘어나는 구조일 뿐, 지불제도 개편이 곧바로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손석호 한국경영장총협회 사회정책팀장은 "보험료 지출 증가는 고령화 때문뿐 아니라 진료량과 의료 서비스 가격 상승의 영향도 크다"며, "지불제도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의료계 반발과 입법 난관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실적 대안으로는 행위별 수가제를 유지하되, 진료비 증감을 다음 해 수가계약에 반영하는 계약 관행을 먼저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