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목→고속도로 전환···국가 전력망 대전환 프로젝트 가속화
계통 혼잡 풀고 RE100 산업단지 조성···지역·기업 상생 모델 제시

| 스마트에프엔 = 김동하 기자 |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생산된 전력을 수요지로 보내는 송전망 부족이 심각한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남·제주 등 재생에너지 설비 밀집 지역에서는 송전망 포화로 인해 발전량을 강제로 줄이는 ‘출력제한(curtailement)’ 조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 설비는 발전을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이미지(연합뉴스 제공).
재생에너지 이미지(연합뉴스 제공).

계통 한계, 재생에너지 확대 발목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라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23년 30GW에서 2038년 121.9GW로 4배 이상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연평균 7GW의 재생에너지를 보급해야 하지만, 현재 보급 속도는 정체 상태다.

특히 대규모 태양광·풍력 발전 단지가 전력 수요가 적은 도서·해안 지역에 집중돼 있고, 대도시로 전력을 송출할 송전선로 확충은 지연되면서 병목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정부 해법,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이 같은 계통 한계를 풀기 위해 정부가 꺼낸 해법이 '에너지 고속도로'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날 발표 예정인 123대 국정과제에서 2030년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우선 건설하고, 2040년대에는 남해안·동해안을 잇는 ‘U자형 한반도 에너지 고속도로’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호남 등 재생에너지 핵심 클러스터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중부권 등 주요 수요지로 효율적으로 보내는 고압직류송전(HVDC) 기반 대용량 송전망이다. 정부는 현재 3만7169서킷킬로미터(c-Km) 규모의 송전선로를 2030년까지 4만8592c-Km로 30% 이상 확대한다는 목표도 내놨다.

국정위는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이 사람과 물류, 경제의 흐름을 바꿨듯, 에너지 고속도로는 산업 지도와 전력 흐름, 지역 경제의 운명을 바꿀 국가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RE100 산업단지·지역 상생

정부 계획에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 조성도 포함됐다. 이는 글로벌 기업이 협력사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국내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전남 RE100 산단 조기 구축, 경기 남동부 RE100 반도체 클러스터, 해상풍력 전용 항만 조성, 영농형·수상·산단 태양광 확대 등이 추진된다. 태양광·풍력 발전 수익을 주민과 나누는 '햇빛·바람연금', 에너지 자립마을 조성 등 지역 상생 정책도 병행한다.

"송전망 확충, 구조적 개혁 동반돼야"

전문가들은 에너지 고속도로가 계통 병목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단일 인프라 확충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계통 혼잡은 원전·재생에너지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며 "송전망 확충과 함께 ESS(에너지저장장치) 대규모 보급, 분산형 전력망 체제로의 전환, 전력시장 제도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외 사례를 들어 "프랑스는 상반기에만 원전과 태양광 발전 전력의 각각 9.1%, 7.2%가 출력제한으로 낭비됐다"며 "국내에서도 송전망 여건이 취약한 상황에서 원전 확대는 재생에너지 투자 위축과 계통 비효율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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