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기업까지 직접 책임지도록 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
노동자 보호와 기업 경영 사이, 균형은 어디에 있을까

| 스마트에프엔 = 김선주 기자 | 23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다시 한 번 정치·경제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두 차례 좌절됐던 법안이 이재명 정부의 강한 의지 속에 재추진되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의 귀환, 보호와 부담의 이중주
개정안의 핵심은 단순하다. 손해배상 청구 요건을 제한해 불법 파업이라 불리던 영역을 넓히고 원청 기업이 하청·특수고용 노동자와도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책임 범위를 확대하는 것. 노동자 입장에서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삼권을 현실화하는 최소한의 장치로 읽히지만, 기업에게는 경영권을 제약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
유통업계의 긴장은 특히 크다. 물류센터, 배송 기사, 배달 플랫폼 등 수많은 하청 구조 위에 서 있는 산업 특성 때문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원청은 더 이상 '간접적 사용자'가 아닌 직접 교섭의 상대가 되고 물류가 멈추면 곧바로 매장 진열과 소비자 식탁이 흔들린다.
2022년 하이트진로 화물노조 파업은 그 '위험성'를 그대로 보여줬다. 70일 넘는 투쟁 끝에 공장 출고량은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었고 회사는 손해배상과 가압류 소송으로 맞섰다. 이번 법이 시행되면, 당시와 같은 상황에서 원청은 법적으로 훨씬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은 긴장의 본질을 드러낸다.
"수많은 하청, 그 하청의 또 다른 하청까지 원청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면, 경영은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가 됩니다."

노동자의 권리인가, 기업의 위기인가
노동계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번 법안이야말로 "한국 사회를 더 성숙한 노사관계로 이끄는 첫걸음"이라 강조한다. 불법 파업 면허라는 경제계의 주장은 '공포 마케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배달 기사들은 "이제야 원청에 목소리를 낼 기회를 갖게 된다"며 환영의 뜻을 밝힌다.
노란봉투법의 이름은 2014년 쌍용차 사태에서 비롯됐다.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앞에 시민들이 노동자를 돕기 위해 노란봉투에 성금을 넣어 보냈던 기억. 법안은 그 상징을 제도화한 결과물이다.
기업의 우려도 현실적이다. 구조조정이나 경영 효율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연속적 쟁의와 교섭 요구는 '회생 불가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국회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 "산업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국제적 시각에서 보더라도 이 문제는 낯설지 않다. 프랑스와 독일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반면, 미국과 일본은 상대적으로 기업 경영권을 중시한다. 공통된 결론은 하나다. 노동권 확대는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고 그 비용을 어떻게 나눌지에 따라 사회의 합의가 갈린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저성장, 인구감소, 산업구조 전환이라는 삼중고가 겹쳐 있다. 이런 시기에 노사 갈등이 잦아지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고는 분명 무시하기 어렵다. 동시에,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으로 확장된 '새로운 노동'이 보호받지 못한다면 사회적 불평등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노란봉투법은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니다. 그것은 '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기업의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사회가 어떤 균형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노동자는 더 강력한 보호를, 기업은 더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원한다. 그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한국의 산업 지형은 갈등과 불신 속에서 휘청일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