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현재 구체적 결정 없지만 1개월 이내 재공시할 것"
해태htb 매각해 사업 구조 전환 등 선제적 조치할 것으로 전망

| 스마트에프엔 = 김선주 기자 | LG생활건강이 자회사 코카콜라음료 매각을 추진한다는 시장의 소문에 대해 회사 측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코카콜라 매각 검토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안팎에서는 왜 이런 매각설이 불거졌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이 코카콜라음료와 해태htb 등 음료 자회사, 그리고 전북 남원에 위치한 공장 일부에 대한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8일 공시를 통해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매각 관련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공시일 기준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해명은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시장 내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은 최근 몇 년간 성장 정체에 직면해 있다. 매출은 2021년 8조원을 정점으로 2023년부터 6조 원대에 머물렀으며, 영업이익도 올해 3000억원 초반대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뷰티 시장에서 인디 브랜드와 뷰티 기기가 급부상하는 가운데, LG생활건강은 신제품 흥행이 제한적이고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성장 동력 약화’ 지적을 받아왔다.
주가 또한 급락해, 최근에는 뷰티 업계 신흥 강자인 에이피알에 시가총액 1위를 내주기도 했다.
음료 시장 진출로 안정성 꾀했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음료 부문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 것은 업계의 시각과 무관치 않다.
LG생활건강은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약 3853억원에 인수했다. 미국 코카콜라 본사에서 원액을 공급받아 탄산수와 혼합하는 보틀링하는 개념이다. 국내 코카콜라 제조·판매·유통사업의 독점적 운영권 보유한다. 또 2010년 해태htb(구 해태음료)를 편입하면서 ‘화장품·생활용품·음료’로 구성된 3각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해태htb는 썬키스트, 코코팜 비롯 다양한 과채 음료 생산한다.
당시에는 계절별 실적 변동을 줄이고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었다. LG생활건강은 2004년 1조원 수준이던 매출을 2021년 8조원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 음료 시장 경쟁 심화, 원가 부담 확대, 소비자 트렌드 변화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수익 버팀목이 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각으로 본업 경쟁력 강화할까
전문가들은 이번 매각설이 단순한 해프닝에 그쳤다 하더라도, LG생활건강의 포트폴리오 재편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실적 부진 속에서 시장은 LG생활건강이 자산 효율화나 사업 구조 전환에 나설 수 있다고 해석한다”며 “당장은 매각이 없더라도 핵심 경쟁력인 화장품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이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해외 유통망 확대, 글로벌 브랜드 인수, 디지털 전환 투자 등에 재투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K-뷰티 시장이 인디 브랜드와 뷰티 기기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뒤처진 경쟁력을 만회하기 위해 화장품 본업 강화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LG생활건강은 코카콜라음료 매각설에 대해선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했지만 업계의 시선은 여전히 ‘변화의 가능성’에 머물러 있다. 실적 부진과 경쟁 심화라는 환경 요인이 계속되는 한, LG생활건강의 다음 행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격변기에 리더십 공백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차석용 전 부회장이 18년간 회사를 이끌 당시 LG생활건강은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차 전 부회장이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하면서 2인자를 키우지 못했다"며 "2022년 이정애 대표가 취임한 이후 글로벌 뷰티 시장이 급변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