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유럽 국가 내에서도 도시에 따라 과즙 함량 차이도 보여
원가·규제·소비자 인식 차이가 만든 ‘유럽vs한국’ 환타의 경계

| 스마트에프엔 = 김선주 기자 | 전 세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탄산음료 ‘환타(Fanta)’.
같은 브랜드라도 지역에 따라 맛과 성분이 다르다? 유럽에서는 같은 국가 내에서도 같은 환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과즙 함량이 다른 경우도 있다.
유럽향 환타는 오렌지 농축주스가 들어간 ‘과즙 탄산음료’지만, 한국에서 판매되는 환타는 과즙이 전혀 없는 ‘향료 탄산음료’다.
EU 유럽 환타, 오렌지·레몬 농축주스 함유
유럽연합(EU) 시장에서 판매되는 유럽 환타는 보통 3~10%의 과즙 함량이 들어가 있다. 제품마다 과즙 함량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것도 색다르다.
스페인 오렌지 환타의 앞면에는 오렌지 그림과 함께 '과즙 4% 함유(4% de zumo)'라고 표기돼 있으며, 주스류 표시 기준에 따라 과즙 함량을 공개해야 한다.
성분 구성은 브랜드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환타는 2차세계대전 중 독일 코카콜라 지사에서 원재료 부족으로 과일 부산물로 만든 대체 음료로 시작했다. 그 뿌리가 남아 지금도 유럽 환타는 ‘과일 함유 탄산음료’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맛 자체도 한국 환타가 탄산음료 느낌이 강하다면, 유럽 환타는 레모네이드, 오렌지에이드의 느낌이 난다. 유럽 환타가 더 새콤상큼하다.

같은 스페인에서도 4·5% 오렌지 환타! 과즙 함량이 다르다?
유럽 환타는 같은 국가 내에서도 현지 원료 공급 상황·과즙 농축액의 산지·생산설비 차이에 따라 다른 미세한 포뮬러 조정이 가능하다.
스페인 내에서도 환타는 코카콜라의 여러 지역별 병입공장(bottler)이 생산한다. 이 병입공장들은 코카콜라 본사의 레시피 가이드를 따르지만, 생산 공장·병입 시기·용량·유통용도에 따라 어떤 공장에서는 오렌지 농축주스를 4% 쓰고 다른 공장에서는 5%를 넣는 식으로 1% 정도 차이 날 수 있다.
오렌지 농축액은 대부분 스페인 남부(발렌시아·세비야)와 브라질산을 섞는데, 해당 시즌의 원료가격·농도(브릭스) 에 따라 공급업체가 제시하는 농축액의 농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유럽연합(EU)의 음료 표시 규정은 “제품명에 과일 이름(예: Fanta Naranja)을 쓰려면 과즙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되어야 한다”고 정해두지만, 그 비율은 ‘최소 기준’이지 ‘고정값’은 아니다. EU 규정 상 ‘최소 함량’만 맞으면 자유기 때문에 과즙 함량이 다르더라도 둘 다 코카콜라 공식 제품이며, EU 기준을 충족하는 정상적인 레시피 변형인 것이다.
한국 환타, 과즙 없는 향료 중심
반면 한국에서 판매되는 환타에는 과즙이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따라 일정 비율 이상의 과즙이 들어가면 ‘과·채음료’로 분류되고, 보존 기준과 표시 의무가 까다로워진다. 유럽과 달리 한국코카-콜라유한회사는 향료·감미료·색소를 중심으로 한 ‘탄산음료’ 포뮬러를 유지해왔다.
한국판 환타(355 mL 캔)는 68 kcal에 탄수화물 17g 수준으로, 청량감과 단맛에 초점을 맞췄다. 유럽 환타보다 과즙 특유의 산미나 탁도가 적어 ‘깔끔한 인공 오렌지맛’으로 인식된다.
규제와 소비자 인식의 차이
유럽은 식품표시제도가 엄격해 과즙 함량이 있으면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소비자도 주스 기반 음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한국은 가격 경쟁력과 탄산의 청량감을 우선시하는 소비 패턴이 형성돼 있어, 제조사 입장에서도 향료형 제품이 효율적이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주스 탄산음료에 익숙하지만, 한국 소비자는 청량감이 강한 ‘무과즙형’ 탄산을 더 선호한다”며 “소비자 기호와 법적 기준이 맞물려 제품 포뮬러가 다르게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브랜드, 다른 정체성
결국 환타는 같은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시장에 따라 전혀 다른 음료로 존재한다.
한국 환타는 ‘달콤하고 시원한 탄산음료’, 유럽 환타는 ‘과즙이 들어간 탄산주스’로 소비된다. 이는 글로벌 기업이 각 지역의 규제·원가·소비자 취향에 맞춰 제품을 현지화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다른 음료업계 관계자 역시 "국가별로 식품법과 소비자 기호 차이에 따라 동일한 브랜드라도 맛과 성분이 다르게 구성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차이는 각 나라별 법규와 소비자 선호도(선호 맛, 향 등), 현지 시장 조사 결과(시장 가격, 원재료 수급 등)에 맞춘 현지화 전략의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