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공장 담보 가치·조건부 지시·자동차 업계 관행' 핵심 쟁점 부각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사진=한국앤컴퍼니그룹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사진=한국앤컴퍼니그룹

| 스마트에프엔 = 이장혁 기자 |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는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조 회장은 "합법적 경영 판단에 따른 대여였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담보 조건과 회수 가능성

조 회장 측은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HPW)를 통한 50억원 대여가 내부 검토와 법적 절차를 거친 정당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리한 화성공장 담보를 조건으로 최우선매수권과 상계 특약을 명시했으며, 감정평가액은 2022년 205억원, 2025년 7월 기준 239억원에 달했다. 선순위 채권을 제외하더라도 원금의 두 배 이상 가치가 담보로 확보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계약에는 변제 불이행 시 HPW가 200억원에 공장을 인수하며 원리금을 상계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 변호인 측은 "원금과 이자 70억원 이상이 전액 상환됐으므로 손해 발생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여 금리는 연 4.6%로 시중 은행 평균 대비 높았으며, 만기 연장 시 7%까지 상향되는 조건이었다. 변호인 측은 "원금 50억원 대비 두 배 이상의 담보와 수익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 있었다"며 배임 성립 요건인 '재산상 손해'가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지시 성격을 둘러싼 해석차

사건의 쟁점은 조 회장의 지시가 무조건적이었는지, 조건부였는지에 있다. 1심 재판부는 조 회장이 '리한에 어떻게든 대여해주라'고 압박했다고 판단했으나, 항소심에 제출된 카카오톡 대화록은 '실무적으로 검토하되 문제가 있으면 드롭(drop)하라'는 조건부 지시였음을 보여준다는 게 변호인 측 주장이다. 실제로 2022년 3월 HPW 실무진은 부정적 의견을 내고 대여 불가를 통보했지만, 이후 담보 조건이 개선되자 재검토 끝에 실행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은 조 회장이 최종 승인 단계에서 '기한 내 상환'과 '공장 매각을 통한 회수'라는 조건을 명확히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밀어붙이기식 지시'가 아닌, 절차적 검토와 담보 확보를 전제로 한 합리적 판단이었다는 논리다.

협력사 지원은 업계 관행

리한의 재무 상황 또한 쟁점으로 부각됐다. 현대차그룹 1차 협력사인 리한은 2021년 흑자 전환 후 2022년 매출 317억원, 영업이익률 7.2%를 기록했다. 대주주 일가가 100억원 이상을 투입하며 자본총계도 두 배 이상 늘렸다. 변호인 측은 "대주주 지원과 흑자 전환으로 상환 능력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산업 특성상 협력사 간 자금 지원은 표준적 관행이라는 논리도 제시됐다. 신규 벤더를 선정하는 데만 2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공급망 안정성을 위해 주거래사나 관계사가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은 "리한 지원은 특혜가 아니라 업계 표준적 판단이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검찰은 당시 HPW 대표가 대여를 반대했다는 진술과 조 회장의 경영권 분쟁 상황을 들어 배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항소심은 22일 다시 열린다. 조 회장의 지시 성격, 담보 확보의 실질적 충분성, 그리고 업계 관행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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