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법원은 그가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인정했다. 구속영장이 집행되는 순간, 법은 재계의 오랜 '예외'를 더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조 회장은 국내 최대 타이어기업인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총수다.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자동차 열관리 분야에 투자하며, 한온시스템 인수도 마무리 지었다.
제조업 기반 위에 혁신의 이미지를 덧씌우며, 젊은 오너답게 '변화하는 재벌'을 보여주려고도 했다. 그러나 법이 본 것은 '과거형의 재벌'이였다. 내부거래, 리베이트, 우회 지출, 회삿돈의 사익화. 성장 전략이 아닌 책임 회피형 관행에 가까운.
이번 판결은 한 사람의 법적 책임을 묻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업의 오너십이 공적 책임과 어떻게 결합돼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조 회장 부재는 당장 그룹 경영에 리더십 공백을 낳고, 중장기적으로는 사업구조와 투자 전략이 후퇴하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나아가 국내외 협력사, 투자자, 금융사 같은 이해관계자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은 단기적 리스크를 넘어 산업 전반의 신뢰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기업 오너의 윤리성과 사법적 책임을 어디까지 묻고 있는지,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법정 구속의 결과가 하나의 이정표라 봐도 무방하다. 과거 대기업 총수들이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집행유예에 그치거나 특별사면으로 빠르게 복귀했던 관행과는 분명한 거리감이 있다.
이번 판결로 당장의 변화를 만들 수는 없다. '진짜 변화'는 기업 시스템 자체가 달라져야 만들 수 있다. 회계와 내부통제의 투명성, 오너 경영의 책임성, 이해관계자 중심의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또 다른 이름의 오너가 같은 결과를 반복할 뿐이다.
조 회장의 구속은 한 사람의 실패를 넘어, 기업과 사회가 함께 안고 가야 할 과제를 다시 꺼내들게 만든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별 오너의 도덕성보다는, 책임이 개인을 넘어서 시스템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구조다.
법은 잘 못 끼워진 단추를 다시 끼운 셈이고, 사회와 기업이 그다음을 이어갈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