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라나와 가격 경쟁·도시 집중 소비 한계·편의점 인프라 미성숙
연내 2호점 출점 및 내년까지 4개 매장 확대 계획

| 스마트에프엔 = 김선주 기자 | 이마트24가 지난달 21일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의 솔리테어 비즈니스 허브에 ‘BHS점’을 열고 한국 편의점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복층 구조의 매장 김밥과 떡볶이 같은 K-푸드, 포토존과 K-뷰티 체험 공간이 들어섰지만 화려한 개점 이면에는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 인도 소비 시장은 방대하지만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고, 기존 유통망의 벽은 생각보다 높다.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낸 해외 진출 경험이 있지만, 인도는 그와는 전혀 다른 시장이다.
푸네가 ‘생활 용이성 지수’ 1위 도시이자 한국 기업이 다수 진출한 지역이라는 점은 분명 장점이다. 그러나 관광지나 소비 중심지가 아닌 교육·산업 도시라는 특성을 지닌다. 매장 방문 수요가 도시민과 특정 외국인 거주자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첫 매장이 만들어내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전통 소매 ‘키라나’의 강력한 존재감
인도 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전통 상점 ‘키라나’다. 인도 소매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키라나는 단순한 동네 가게 이상의 역할을 한다. 외상 거래, 전화 주문, 오토바이 배송 등 편의점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격 경쟁력 역시 압도적이다. 세금과 규제를 피하는 비공식 운영 방식 덕분에 동일 상품도 훨씬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
이마트24가 판매하는 K-푸드와 수입 상품은 상대적으로 고가일 수밖에 없다. 인도 소비자, 특히 중산층 이하 계층은 극도로 가격에 민감하다. 1~2루피 차이에도 구매가 갈릴 만큼 가격 중심의 소비가 뿌리 깊다. 이 같은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와 체험 요소만으로 소비자를 끌어당기기는 쉽지 않다. 주요 고객층은 도시의 중상류층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고, 이는 사업 확장의 속도와 규모에 제약이 될 수 있다.

소비 문화의 간극, 확장에 제동 가능성
편의점 소비 문화가 이미 자리 잡은 동남아와 달리, 인도의 소비 행태는 여전히 전통적이다. 다인 가족 중심의 생활 구조 속에서 즉석식품, 야간 소비, 1인 소비 문화는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금 중심의 거래 관행도 여전히 강력하며, 디지털 결제나 간편 결제가 확산되었지만 지역별로 격차가 크다.
이마트24가 강조하는 포토존, K-뷰티 체험, 카페형 공간은 한류 팬덤을 중심으로 단기적 주목을 끌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체험 중심의 ‘이벤트성 소비’에 머물 위험이 있다. 점포당 투자비가 크고 유지비 부담도 높아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인도 정부의 외국인 투자 규제와 복잡한 행정 절차까지 감안하면, 매장 확산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푸네는 다수의 IT기업과 국내 대기업이 입주한 산업단지가 형성돼 있고, 신축 건물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안전하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큰 지역”이라며 "현재 건물은 완공됐지만 오피스 공간은 입주 준비 단계로, 향후 분양이 본격화되면 공실률이 줄고 매출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점심과 저녁 시간대에는 매장 내 24석이 가득 찬다"며 "김밥, 핫도그 등 K-스트리트푸드에 대한 현지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물류 인프라와 규제 리스크, 구조적 한계
동남아시장에서 통했던 대중 확산형 전략을 적용하기에 인도는 상황이 다르다. 인도 소매시장의 70~75%를 차지하는 키라나는 외상거래와 전화 주문 후 오토바이 배달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유연하게 운영되고 있다.
현지 전통 소매인 키라나와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고, 다점포 확대 과정에서 복잡한 행정·세금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인도 정부가 전통 소매업인 키라나를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 규제를 두고 있어 한국 편의점 브랜드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류 인프라 역시 여전히 불안정하다. 주별 통행세와 열악한 도로 사정, 냉장 유통망 부족 등이 문제로 꼽히며, 이로 인해 신선식품이나 즉석조리식품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 높아져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현지 문화, 법률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진출에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인도시장 개척 1세대로 이미 ‘카페 피터(Café Peter)’ 외 28개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정브라더스(대표: 피터 정, Peter Jung)의 노하우(법률 규제 대응 등) 등을 믿고 진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도 출점 확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 전환 노린다
이마트24는 연내 2호점까지 추가 출점할 계획이다. 내년까지 총 4개 매장으로 확대한 뒤, 이를 기반으로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 전환을 추진해 인도 내 점포 수를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편의점 주요 고객층인 10~30대와 인도의 평균 연령(28세)이 맞아떨어지고, 한류와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점이 확대 배경이다. 이마트24는 현지 유통 경험을 보유한 정브라더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인도 시장에 발을 들였다.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은 브랜드 소유권자가 로열티를 받는 대신 현지 운영사에 브랜드 권한을 일체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마트24는 이를 통해 인도 내 사업 확대를 노린다.
말레이시아(100개 점포), 캄보디아(6개 점포)에 이어 인도는 세 번째 해외 진출국이다. 향후 해외 성장 전략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이마트24 측은 기대하고 있다.

최진일 이마트24 대표는 “젊고 인구가 많은 인도에서 K-콘텐츠와의 시너지를 기대한다”며 “차별화된 브랜드와 상품으로 현지에서 K-편의점의 성공적 안착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한류를 무기로 한 프리미엄 전략이 인도의 독특한 소비 문화를 넘어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대중시장보다는 일부 도시 상류층에 집중되면서 매장 확장 속도가 더딜 수 있고, 포토존이나 카페형 구조 등 체험 공간 중심의 운영 방식은 점포당 투자비용을 높여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