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조합원 72% 찬성···사회적 합의의 무대로 확장
산업 경쟁력과 노동 안전 강화는 과제로 남아

장인화 포스코 회장 /사진=연합
장인화 포스코 회장 /사진=연합

| 스마트에프엔 = 이장혁 기자 | 포스코가 13일 2025년 임금·단체협약을 조합원 72%의 찬성으로 확정했다.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올해 합의가 갖는 무게는 가볍지 않다. 임금과 보상 조건에 합의했다는 차원을 넘어, 철강산업의 구조적 위기와 정부의 압박, 글로벌 불확실성이 겹친 상황에서도 노사가 평화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협상 환경은 어느 해보다 거칠었다. 글로벌 철강시장은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라는 이중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내세우며 50% 고율 관세라는 초강수를 던졌고 수출길은 사실상 막혔다. 설상가상. 탄소중립 규제, 원자재가 변동성, 중국 철강사의 저가 공세까지 겹치며 포스코의 수익 기반은 위태로울 지경이다.

내부 사정도 녹록지 않았다. 연이은 산업재해와 사망사고가 국민적 불신을 키웠고 정부는 포스코를 정면으로 겨냥해 안전 책임을 묻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의 불만은 높아졌고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이런 배경을 감안하면 올해 협상이 대립과 파행으로 흐르지 않고 파업 찬반투표조차 거치지 않은 채 합의에 도달한 것은 이례적이다. 노사 모두가 '이 위기를 함께 건너야 한다'는 공감대 속 타협의 길을 택한 것이다.

포스코센터 /사진=포스코
포스코센터 /사진=포스코

합의안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기본임금 인상 11만원, 성과공헌금 250만원, 우리사주 취득 지원금 400만원 등 전통적 보상 체계가 담겼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현장 작업중지권 확대, 지역사랑 상품권 지급 등이 포함되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지역 상생이 협상 의제에 반영됐다. 임단협이 기업 내부의 임금 교섭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과제를 포괄하는 합의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렇다고 낙관만 할 순 없다. 무분규 전통의 상징성이 크다 해도 곧바로 산업 경쟁력 회복이나 안전 개선을 보장하진 않는다. 글로벌 철강업의 불황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탈탄소 전환, 원자재 시황의 불확실성, 중국의 공급 과잉 공세는 여전하다. 이번 합의가 지속 가능한 성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시적 휴전으로 기록될지는 실적과 현장의 변화가 증명할 것이다.

분명한 메시지도 있다. 포스코 노사의 합의는 '갈등 대신 신뢰를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한국 사회에 각인시켰다. 57년 무분규라는 전통은 기록을 넘어, 산업과 사회가 위기 속에서 협력으로 답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중요한 것은 '무분규 전통' 그 자체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노동 안전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포스코가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한국 제조업의 미래 방향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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