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국 우선주의 기조에 비자 협상 난항 우려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문직 취업비자(H-1B) 발급 수수료를 1인당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로 인상하면서 국제 사회에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직접적인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으나 한미 간 비자 제도 개선 협의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미국 파견 시 주재원용 L-1, 투자자용 E-2, 단기 출장용 B-1 비자를 주로 활용하고 있어 H-1B 활용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주재원용과 출장용으로 충분해 H-1B 비자를 쓰는 경우는 없다”며 “현지 진출 역사가 길지만 H-1B를 활용하는 인력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이날 “미국의 발표를 주목하고 있으며 구체 시행 절차를 파악 중”이라며 “우리 기업과 전문직 인력의 미국 진출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미측과 필요한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한국인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한 비자(E-4) 쿼터 신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고학력 직종뿐 아니라 숙련공까지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H-1B 비자 수수료를 기존 1000달러(약 140만원)에서 100배로 올리는 포고문에 서명했고 21일부터 발효됐다. H-1B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직을 대상으로 하며 연간 8만5000개만 발급된다. 기본 3년 체류가 가능하고 연장 및 영주권 신청도 허용된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핵심 인재들이 거쳐 간 대표적 비자 제도다.
그러나 수수료 인상으로 사실상 신규 발급이 막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 등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JP모건 등이 해외 체류 중인 H-1B 소지자들에게 서둘러 귀국하라고 안내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비판 여론이 거세자 “신규 신청 때만 일회성으로 부과되며 기존 소지자나 갱신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국 영주권을 신속 발급하는 ‘골드카드’ 프로그램 도입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개인이 100만달러(약 14억원) 또는 기업이 200만달러(약 28억원)를 납부하면 신속하게 비자가 발급되는 방식이다. 아울러 오는 30일부터는 전자여행허가(ESTA) 수수료도 기존 21달러에서 40달러로 인상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H-1B는 직접 영향이 적더라도 미국이 비자 정책을 폐쇄적으로 강화하는 신호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최근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 이후 한미 비자 협의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