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온라인으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온라인으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셀트리온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미국이 주력 시장인 이상 관세를 피하는 방법은 ‘메이드 인 USA’밖에 없다”며 “이번 인수로 셀트리온은 관세 리스크에서 완전히 이탈했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23일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의 대규모 생산공장을 인수하며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고율 관세 리스크를 해소하고,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확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서정진 회장은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정제 라인 2개를 갖춘 이 공장은 항체 시설에서 가장 투자비가 많이 드는 부문을 이미 확보했다”며 “이번 인수로 자체 공장을 새로 짓는 것보다 약 6년의 시간을 아끼고, 물류비·인력 승계 등을 고려하면 총 1조5000억원 이상의 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만약 관세 리스크를 무방비로 당하면 약 6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 인수로 관세 문제를 털어내는 동시에 수익성 있는 CDMO 사업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제네릭 원료의약품의 100%, 제약 원료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트럼프 행정부는 의약품 자국 생산 기지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요구하고 있다. 관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선 현지 투자가 정답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셀트리온은 인수대금과 운영자금을 포함해 약 7000억원을 투입한다. 인수한 공장은 절반은 릴리 제품을 생산하는 CMO 용도로, 나머지 절반은 셀트리온 제품 생산에 배정된다.

셀트리온은 이번 공장 인수를 통해 단순 제조기지 확보를 넘어 글로벌 CDMO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서 회장은 “릴리의 CMO 계약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직접 CDMO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이번 공장 인수가 CMO 사업에 첫발을 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DC 분야는 공급 과잉이어서 당분간 항체 의약품 중심으로 가되, AI 기반 연구개발과 생산 자동화 투자로 차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지 고용 안정성도 강조됐다. 그는 “기존 직원 전원을 승계하기 때문에 인력 공백이 없고, 뉴저지 주립대 약대와 인근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력 기회도 많다”며 “미국 현지 인건비가 한국보다 두 배 비싸지만, 제조 원가에서 인건비 비중이 높지 않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이번 결정을 두고 “불확실성을 없앤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정의했다. 그는 “경영자가 가장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이다. 이번 인수로 가격 인하와 관세라는 두 가지 불확실성을 모두 해소했다”며 “이제는 계획대로 2025년, 2026년, 2027년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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