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78만4000리터 규모 생산 능력으로 수주 경쟁력↑
부가가치 높은 차세대 의약품으로 포트폴리오 확장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전 세계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이 팬데믹 특수 종료 이후 정체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히려 거침없는 성장세로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바이오테크 분야의 자금 조달이 위축되면서 론자, 카탈란트와 같은 서구의 전통 강자들은 '매출 절벽(Revenue Cliff)'에 직면한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히려 기록적인 성장을 보이며 그 존재감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글로벌 CDMO 매출 기준 4위에 오르며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확고히 했고, 지난해 국내 바이오 업계 최초로 연 매출 4조원을 돌파하며 ‘4조 클럽’에 진입했다. 올해는 연간 매출 6조원 달성이 기대되며, 초격차 전략을 통한 글로벌 리더십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 2조원, 영업이익 907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1%, 61.4% 성장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하며 6조원에 근접한 실적을 자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질주는 단순한 기회 포착이 아닌 ‘초격차 전략’의 결실이다. 세계 최대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항체의약품에 머무르지 않고 ADC(항체-약물 접합체), CGT(세포·유전자 치료제), AOC 등 차세대 모달리티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종합 CRDMO(위탁연구·개발·생산)’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분할해 이해상충 우려를 불식시키고 고객사 신뢰를 극대화한 ‘순수 CDMO’로서 정체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세계 최대 78만4000리터 규모 생산 능력으로 수주 경쟁력↑

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성장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에 대해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꼽는다. 최근의 폭발적인 매출 성장은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24만 리터)인 4공장의 가동률이 본격적으로 상승(Ramp-up)한 데 따른 직접적인 결과다. 기존 1~3공장은 이미 완전 가동(Full-gained)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4월 18만 리터 규모의 5공장을 완공하며 총 생산 능력을 78만4000리터로 확대했다. 더 나아가 회사는 5공장을 시작으로 제2 바이오캠퍼스 부지에 6, 7, 8공장을 순차적으로 건설하여 생산 능력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전략은 강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대규모 생산 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함으로써, 경쟁사들이 감당할 수 없는 초대형 계약(Mega-deal)을 수주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을 마련한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조원, 2조원을 넘어서는 역사적인 규모의 장기 계약들을 연이어 체결했다. 이렇게 확보한 대규모 수주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이는 다시 차세대 공장 증설(5공장 및 제2 캠퍼스)을 위한 투자 재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생산 능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대규모 수주를 유치하고, 그 수주가 다시 미래의 생산 능력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성장 사이클이 작동하고 있다.

존 림 대표는 2분기 CEO 뉴스레터에서 "현재 다수 고객사들과 추가 수주를 위한 논의가 긍정적으로 전개 중"이라며 "하반기에도 주요 고객사들과의 협업관계를 공고히 하며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가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을 찾아 생산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을 찾아 생산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

부가가치 높은 차세대 의약품으로 포트폴리오 확장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통적인 항체의약품 생산에만 머무르지 않고, 부가가치가 높은 차세대 의약품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단순한 생산 공장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 전 과정을 지원하는 종합 솔루션 파트너로 진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회사는 최근 가동을 시작한 ADC(항체-약물 접합체) 전용 생산시설을 필두로, AOC(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 및 CGT(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로의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또한, 신약 후보물질 스크리닝을 위한 '삼성 오가노이드' 플랫폼을 선보이며 위탁개발(CDO) 및 위탁연구(CRO) 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를 통해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기업으로 도약하여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고객사를 확보하는 '조기 록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올해 11월 예정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인적분할은 단순 지배구조 개편을 넘어, 글로벌 고객사와의 신뢰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정교한 전략적 결정이다.

분할의 핵심 목표는 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 간의 잠재적인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 CDMO 파트너가 자사의 오리지널 의약품과 경쟁하는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판매하는 것은 기술 유출이나 지적 재산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낳을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분할을 통해 이러한 고객사의 잠재적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고, 오직 고객사의 성공만을 위해 존재하는 '순수 CDMO(Pure-play CDMO)'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한다.   

CDMO 비즈니스의 본질이 '신뢰'에 있음을 깊이 이해한 전략적 행보다. 분할이라는 복잡하고 비용이 수반되는 과정을 감수함으로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고, 가장 민감하고 가치가 높은 신약 개발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존 림 대표는 ‘비전 2030’을 제시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글로벌 톱티어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공장 건설과 기술이전 속도, 고객 신뢰 확보, 글로벌 거점 확장”을 핵심 경쟁력으로 꼽으며, 앞으로도 과감한 선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 중 17곳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상위 40개사까지 수주 활동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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