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분할···11월 24일 재상장
바이오로직스, 세계 1위 CDMO···바이오에피스, 신약개발+투자
"전문화된 삼성 바이오 사업···가치 재평가 시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약 65%대 35%의 비율로 인적분할한다, /원본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분리해 독립 법인으로 세우는 인적분할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구조 개편을 넘어, 각기 다른 사업 영역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7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을 상정했다. 출석 주주 99.9%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분할 기일은 11월 1일이다. 존속 법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신설 법인은 ‘삼성에피스홀딩스’로 확정됐다. 11월 24일 재상장을 통해 공식적으로 분리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분할은 기존 주주가 지분율에 따라 두 회사의 주식을 모두 받는 ‘인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의 분할 비율은 각각 0.6504 대 0.3496으로 산정됐다.

21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적분할은 삼성바이오 사업의 10년 전략이 완결된 결과다. 삼성은 2010년대 초반부터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성장 축으로 삼고, ▲위탁개발생산(CDMO)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을 맡은 삼성바이오에피스 두 축으로 사업을 전개해왔다.

초기에는 양사의 시너지가 뚜렷했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가 성장하면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고객사와의 '이해상충'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CDMO 고객사인 글로벌 제약사들이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를 경쟁 제품으로 인식하며 기술 유출 우려를 제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방화벽(Firewall) 등 내부 통제 장치를 마련했지만, 고객 신뢰를 완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분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른바 ‘성공의 역설’이 분할의 직접적 동인이 된 셈이다.

이전 단계에서 2022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49.9%를 약 23억 달러에 인수하며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 거래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었다. 이는 인적분할의 기반이 됐다.

기존 바이오젠과 같이 독립적인 대주주가 존재했다면, 그들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삼성의 완전한 구조 분리 목표가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23억 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은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100%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프리미엄이었으며, 이 완전한 통제권 확보는 곧바로 인적분할이라는 핵심 전략을 실행하는 기반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는 "이번 분할은 CDMO와 바이오시밀러 각 사업이 개별 상장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고유의 가치를 투명하게 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각 회사는 사업 본연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며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세계 1위 CDMO 기업···에피스, 신약개발+투자

분할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1위 생산능력을 갖춘 ‘순수 CDMO’ 기업으로 거듭난다. 이해상충이 사라지면서 글로벌 제약사와의 수주 경쟁력이 높아지고, 신규 파트너십 확장도 한층 유연해질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1~4공장을 합쳐 총 60만4000리터의 생산능력에 올해 초 5공장 18만 리터를 더하며 78만4000리터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었다. 2032년까지 제2바이오캠퍼스에 6~8공장을 추가로 건설해 132만 리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항체-약물 접합체(ADC) 전용 공정 등 차세대 의약품 생산 플랫폼도 구축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론자(Lonza) 등 글로벌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파이프라인 / 이미지=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소개 브로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파이프라인 / 이미지=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소개 브로셔

신설법인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시밀러 전문 기업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두는 지주회사로 출범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7종의 상용화된 바이오시밀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분할 이후 삼성에피스홀딩스는 기존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넘어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최근 중국 프론트라인 바이오파마와 차세대 항체-약물 접합체(ADC)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고위험·고수익의 R&D 중심 성장 전략을 본격화했다.

과거 제조 중심의 모회사 산하에서는 보수적 자본 배분이 불가피했지만, 독립 법인으로서 자율성을 확보한 만큼 보다 공격적인 투자와 M&A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그동안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사업 실체가 철저히 분리돼 있었음에도 일부 고객사로부터 우려가 있었다”며 “고객사와의 파트너십 및 수주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실험실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실험실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전문화된 삼성 바이오 사업···가치 재평가 시간"

증권가에서는 이번 분할을 삼성 바이오 사업의 전문화와 가치 재평가의 시작점으로 본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는 4공장 풀가동 효과로 호실적이 예상되며, 연내 추가 수주 및 6공장 착공 가시화 등 긍정적 모멘텀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분할 완료 이후 이벤트 리스크 해소와 함께 실적, 수주, 증설 모멘텀이 주가에 본격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정 DS투자증권 연구은 "분할 이후에도 든든할 로직스"라며 "현재 가동되는 5공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매출에 기여하며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2027년부터는 영업이익이 구조적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설회사인 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 투자지주회사로서 재상장일 전까지 신규 자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라며 "신규 자회사는 모달리티(modality)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다수의 후보물질 라이선스 아웃(license-out) 및 공동개발 등 신약개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분할로 두 회사는 각기 다른 투자 매력을 갖게 된 셈이다. 안정적 수익과 대규모 생산 인프라를 중시하는 가치 투자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혁신과 성장성을 중시하는 성장주 투자자는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이번 분할 안건에 대해 사업 전문성 강화 등의 측면에서 전략적 타당성을 인정하고 찬성을 권고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대 주주(7.3%)인 국민연금공단도 찬성 의결권을 행사해 분할의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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