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AI 그리고 사람···추석 배송 전쟁 승패 가른다

| 스마트에프엔 = 이장혁 기자 |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내 물류·배송업계가 전례 없는 특수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전방위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명절 전후 10일간 택배 물동량은 평상시 대비 30~40% 증가하며, 올해는 개인 간 거래(C2C)와 신선 식재료 배송이 겹쳐 부담이 더 커졌다. 소비자의 배송 지연 체감은 기업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기에, 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쿠팡로지스틱스 같은 주요 물류사는 첨단 기술 도입과 유연 근무체계 확립, 친환경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며 '명절 배송 대란' 최소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CJ대한통운, 첨단 자동화 기술과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CJ대한통운은 '매일 오네(O-NE)'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특별수송체제를 통해 추석 대응에 나선다. 회사의 핵심 전략은 '연휴 배송 가능일 확대'로, 추석 당일을 포함한 연휴 3일(10월 5~7일)은 쉬고 그 앞뒤 날짜는 평소와 동일하게 정상 배송을 운영한다.
개천절과 한글날에도 배송을 이어가 업계 대비 차별화된 배송 일정을 확보했다. 성수기 혼잡 완화와 배송 품질 유지를 위해 개인택배와 제주·도서 지역 신선식품은 9월 30일, 읍면 지역 발송분은 10월 3일에 접수를 마감한다.

물류 자동화 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은 4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AI 휴머노이드 물류로봇'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으며, 9월엔 로보티즈와 '피지컬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군포 풀필먼트센터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한 현장 실증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업계 최초의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포장 공정에서 상품을 피킹하고 박스에 담는 작업을 수행하며, 향후 상용화 시 물류 현장의 작업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또 글로벌 물류로봇 기업 리비아오 로보틱스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로봇 통합제어 시스템 'MAAS(Mobility as a Service)'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다양한 종류의 물류로봇들을 통합 관리하여 최적의 작업 효율을 창출한다.
물류 자동화 시스템 도입 효과는 매우 구체적이다. 포레스터 컨설팅 연구에 따르면 물류 자동화 시스템은 평균적으로 물류 창고 공간을 75% 절감하고 인력 비용을 40%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문 처리 속도가 50% 빨라지고 고객 만족도는 30% 향상되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토스토어의 물류 자동화 시스템의 경우 피킹 오류를 99% 감소시켜 도입 기업이 피킹 정확성 개선으로 3년간 32.5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경험했다. 성수기에도 임시 직원을 추가 투입할 필요 없이 가동을 확대할 수 있어 3년간 약 5.4억원 상당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한진, 친환경 물류 전환과 AI 배차 시스템 구축
한진은 추석 기간 10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배송을 중단한다. 주7일 배송 체계를 운영하지만 명절 연휴 기간에는 택배기사들의 재충전을 위해 휴무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친환경 물류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3월부터 전기 택배차량 운영을 시작했으며, 전기자전거를 활용한 '카고 바이크' 시범 운영도 진행하고 있다. 9월에는 LS이링크와 전기차 등 친환경 물류 기반 신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전기차 도입의 효과는 매우 긍정적이다. 전기차 배송의 가장 큰 장점은 탄소배출량 감축으로, 기존 디젤 배송차량과 비교했을 때 운행 과정에서 직접적인 탄소 배출이 전혀 없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초기 구매비용은 높지만 연료비와 유지보수비가 크게 절약되며,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과 세제 혜택을 고려하면 총 소유비용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전기 화물차가 도입될 경우 기존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71.4~79.6%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며, 전기 화물차 1대당 최소 217만6416원에서 최대 225만5214원의 환경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반 배차 시스템을 통한 배송 효율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AI 배차 시스템은 과거 배송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을 통해 시간대별, 도로 상황별, 패키지 크기별 최적 경로를 자동 산출하여 배송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물류업계에서 AI 도입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올해 AI 기반 물류 시장 규모는 1조 339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AI 도입에 따른 물류 운영 효율성 향상률은 평균 20% 이상으로 분석된다. AI를 이용한 경로 최적화와 예측 분석은 물류 비용 절감과 고객 만족도 증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ESG 경영과 친환경 전환 선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개천절 당일과 10월 5일부터 9일까지 6일간 배송을 중단한다. 회사는 친환경 물류 전환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3년까지 96대의 전기차를 운영하며 연간 약 768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고 있다. 2021년부터 환경부의 'K-EV100' 캠페인에 참여하여 2030년까지 보유 차량 약 900대를 친환경으로 전환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친환경 전환 전략은 단순한 차량 교체를 넘어 종합적인 ESG 경영 실천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기차 도입을 통해 도심 통행 규제 시간 없이 연속 운행이 가능해 물류 속도와 친환경 규제 대응을 동시에 개선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AI 기반 '물동량 예측 플랫폼'을 활용해 추석 연휴 배송 물량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과거 데이터와 실시간 정보를 분석하여 수도권, 부산, 광주 물류센터에 사전 증차와 야간 운영을 결정하는 데 활용된다.
AI 기반 수요 예측의 효과는 상당하다. 스마트 물류 기술을 도입한 기업들은 재고 회전율 40% 향상, 배송 시간 단축 35%, 운송 비용 절감 25%, 고객 만족도 증가 50%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정확한 재고 관리와 수요 예측을 통해 과잉 재고와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여 제품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탄소배출을 방지하는 효과도 얻고 있다.
쿠팡로지스틱스, 365일 무휴 배송과 플렉스 시스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올해 추석 연휴에도 365일 매일 배송 체계를 유지한다. 쿠팡 택배기사들은 평일, 주말, 명절 등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수입을 창출하면서 개인 스케줄에 따라 휴무일을 조정해 쉴 수 있는 구조라 명절 당일까지 휴무 없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급증하는 명절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쿠팡 플렉스'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쿠팡 플렉스는 개인 소유 차량을 이용해 택배를 배송하는 임시 인력 시스템으로, 물류업계의 새로운 고용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10월 3일부터 10월 9일까지 전 캠프(제주 제외)에서 추가 수수료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플렉스 시스템은 기존 물류업계의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혁신적 해결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급증하는 물량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개인들에게는 부가 소득 기회를 제공하는 윈-윈 모델이다.
쿠팡은 신선식품 배송을 위한 냉장 물류 시스템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는 제주도에서도 로켓프레시 신선식품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국적인 냉장 물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신선식품 배송의 품질을 보장하고 있다.
물류센터에서는 신선·냉동 온도별 전용 설비와 분류 로봇을 결합하여 분류 오류를 줄이고 효율을 대폭 향상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자동화 기술은 특히 명절 기간 신선식품 주문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품질 유지와 배송 안정성을 확보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기술과 사람'에 달린 명절 배송 전쟁
4대 물류사의 추석 대응 전략은 자동화 설비와 AI 예측, 유연 인력 운영, 친환경 차량 전환 등으로 요약된다. 이들 혁신은 단기적으로 명절 대란을 막는 방편이지만, 장기적으로도 물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다.
일각에선 항공·해상 운임 급등과 터미널 혼잡 문제, 물류 인력난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명절 이후에도 C2C 물량 성수기는 지속될 전망이며, 단기 대응책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공급망 재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자동화 설비 투자와 데이터 기반 예측 시스템 확대, 물류 인력 처우 개선, 친환경 전환 가속화 등 과제를 해결해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석 배송 전장에선 '기술과 사람의 조화'를 어떻게 완성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것이다. 자동화와 AI로 효율을 극대화하면서도, 배송기사의 근무 환경과 소비자 서비스 만족도를 지키는 균형이 필수다. 각 사의 대응 전략이 소비자 만족도를 넘어 업계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