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납치·감금 신고 수십 건 확인
몸값 요구·가상화폐 송금 등 수법 교묘
정부, 현지 수사공조·구조 지원 강화

캄보디아 검찰에 기소된 한국인 대학생 살해 혐의 중국인 3명. 이들은 지난 8월 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고문당한 뒤 숨진 사건을 수사한 현지 검찰에 의해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사진=연합뉴스
캄보디아 검찰에 기소된 한국인 대학생 살해 혐의 중국인 3명. 이들은 지난 8월 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고문당한 뒤 숨진 사건을 수사한 현지 검찰에 의해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사진=연합뉴스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캄보디아에서 현지 범죄조직에 납치돼 고문을 당한 20대 대학생이 숨진 사건 이후, 한국인 피해 신고가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이 ‘고수익 해외 취업’을 내세운 사기 범죄에 속아 출국한 뒤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감금된 사례로 확인됐다.

14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정부는 캄보디아 현지 경찰과 공조 체계를 가동하며 구조 및 수사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올해 들어 캄보디아 내에서 구조를 요청한 한국인은 300명 이상으로 지난해 220명에서 크게 증가했다. 경찰은 현지 조직과 연계된 국내 브로커들의 점조직을 추적하고 있으며 피해자 전수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 전국으로 번진 피해…가상화폐로 몸값 요구

경남에서는 지난 7월 20대 남녀가 ‘고수익 아르바이트’ 제안을 믿고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범죄조직에 감금됐다. 조직은 가족에게 16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요구했고 송금 후에야 풀려났다. 같은 시기 20대 남성 한 명도 “카지노 단기 근무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제안에 속아 현지로 향했다가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겼지만 스스로 탈출했다.

경기남부 지역에서는 가족이 현지 피싱 조직에 감금됐다는 신고 등 4건의 사례가 접수됐으며 일부는 소재가 확인됐지만 세 건은 아직 행방이 불분명하다. 광주에서는 20대 남성들이 실종됐고 이 중 한 명은 “살려달라”는 말을 남긴 뒤 연락이 끊겼다.

전북과 강원에서도 유사한 피해가 이어졌다. 일부 피해자는 가족이 돈을 송금한 뒤 귀국했으나 여전히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대구·대전 지역 역시 캄보디아로 출국한 청년들의 연락이 끊겼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제주에서는 20대 피해자들이 감금과 협박 끝에 가족이 35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보내면서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 대학생 박모 씨 사건이 드러낸 현실

한편 경북 예천 출신의 대학생 박모 씨(22)는 지난 7월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현지 범죄조직에 납치돼 고문 끝에 숨졌다. 그는 대학 선배의 소개로 출국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 사건은 국내 취업사기형 납치 사건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북경찰청은 박 씨를 모집한 국내 브로커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현지 범죄조직과의 연계 여부를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모집책과 캄보디아 현지 조직 간 금전적 연관성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외교부와 경찰청을 중심으로 캄보디아 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지 경찰 내 ‘코리안 데스크’ 설치를 추진하고 있고 실종자 수색 및 피해자 구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캄보디아 취업사기는 단순한 일자리 알선이 아니라 인신매매와 감금, 폭행으로 이어지는 중범죄”라며 “특히 청년층이 온라인을 통해 제안을 받을 때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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