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스마트에프엔 = 한시온 기자 | 한국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대만보다 연간 2만달러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2년 만에 대만에 추월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만에 못 미친 상태다.

21일 한국은행과 연합뉴스 보도 등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구매력 평가(PPP·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 1인당 GDP가 6만5080달러로 지난해(6만2885달러)보다 3.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세계 35위 수준이다.

반면 대만은 8만5127달러로 한국보다 2만47달러 높고, 국제 순위도 12위로 미국(8만9599달러)에 근접했다.

명목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각국의 GDP를 달러 환율로 단순 환산해 인구수로 나눈 값으로, 실제로 국제시장에서 얼마만큼의 달러 가치를 가지는지를 보여준다. 반면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GDP는 각국의 물가 수준을 반영해 실질 구매력을 비교한 지표다.

대만의 실질 생활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는 이유로는 인플레이션이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해외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대만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평균 1.7%로,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5.3%)보다 훨씬 낮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도 평균 1.5%에 그쳐 통상 물가 목표(2.0%)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최근까지 2%대 수준을 유지하며 대만보다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2.5%, 2022년 5.1%, 2023년 3.6%, 2024년 2.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대만은 각각 1.97%, 2.95%, 2.49%, 2.18%였다.

한은은 지난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9%에서 2.0%, 내년을 1.8%에서 1.9%로 상향 조정했다.

이후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1%를 기록했고, 특히 가공식품(4.2%), 수산물(6.4%), 축산물(5.4%)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식료품 물가만 유독 많이 오른 것은 정부 기능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유통비용 상승과 농가 생산성 저하, 공급 다양성 부족 등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기본 생필품 가격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구조 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저가 상품 가격이 고가 상품보다 더 크게 오르는 ‘칩플레이션’ 현상이 취약계층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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