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꽤 잘 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찾아온 뒤, 그 자신감은 매일 부서지고, 매일 새로워졌다. 기저귀를 갈며, 울음소리에 당황하며, 처음 듣는 "아빠"라는 단어에 멈춰 서며, 나는 조금씩 아빠가 되어갔다. 익숙해질 틈 없이 낯설고, 그 낯섦이 너무 사랑스러워 자꾸 기록하고 싶어졌다. 이 글은 완벽하지 않은 아빠가 아이와 함께 자라는 매일의 '처음'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으로 쓴다. 언젠가 아이에게, 그리고 어쩌면 나 자신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담아두기 위해. "오늘 또 처음처럼."

처음 시도하는 재이의 장거리 여행이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태교 여행도 다니고 아기가 태어나면 곳곳을 놀러 다닌다고 하지만 우리는 늦은 출산에 걱정 많은 성격이라서 다 패스했다.

드디어 이번 주말, 2시간거리 부모님댁에 가기로 결심했다.

“재이가 잘 할 수 있을까?”

“그냥 자면 좋을 텐데… 차로 멀리가는건 처음이라 걱정이네”

“어떤 애는 찡찡거려서 엄마가 2시간 내내 안고 갔다던데…”

“아… 너무 힘들겠다 근데 위험하지 않아…?”

“그러게… 재이야 엄마 안 힘들게 해”

고작 1박 2일 하루 가는데 짐은 왜 이렇게 많은건지.

우리 짐은 안 들어갔다 전부 재이 짐으로 꽉 찼다.

“장난감도 가져가?”

“가서 심심하면 어떻게 할 건데? 계속 같이 놀아줄 거야?”

“엄마 아빠가 놀아줄거 같은데?”

“오빠가 놀아줘야지 어머님 아버님은 왜…?”

“네…”

상춘객들로 차가 막힌다는 걸 알았기에 나는 일찍 출발하자고 했다. 

아침 5시 출발!

“재이도 나도 그 시간에 못 일어나” 아내는 단칼에 거절했다.

결국 우리는 아침을 먹고 9시에 출발했다. 

“재이야~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집 가자”

카시트에 태우니 몸을 바둥거리며 “아바바바빠” 한다.

“그래~ 아빠가 천천히 갈게 재이 멀미 안하게”

“짐 다 챙겼지? 출발한다~”

“그렇게해~”

난 오랜만에 집에 가니 기분이 좋았지만 아내는 시댁에 가니 긴장한 모습이였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자마자 차가 꽉 막혔다.

이런 상춘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거봐 내가 빨리 출발하자고 했자나 시간이 계속 늘어나”

“음 어쩔 수 없지 머 천천히 가”

도로가 너무 꽉 막혀 국도로 우회해 가는게 좋을거 같았다. 

“국도로 간다?”

“알아서 해”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국도로 들어서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그런데 뒷자리가 조용하다.

“재이야…?”

“…”

대답이 없다.

출발한 지 30분 남짓 둘 다 자고 있다. 도대체 언제부터 잔건지 모르겠다. 네비에는 ‘남은 시간 2시간 36분’이 찍혀 있었다.

나는 외로워졌다. 차 안에서 음악도 못 켜고, 엔진 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렸다혼자만의 외로움으로 긴 여정을 보냈다.  

어느덧 네비는 ‘남은 시간 10분’ 이 찍혔다. 

“다 왔어?” 기가 막힌다.

그리고 이어서 “아아아앙~~~~” 더 기가 막힌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깨어났다.

“이제 다 왔어”

“재이야~ 이제 거의 다 왔어~”

“차 세울까? 기저귀 갈아야 하지 않아?”

“그냥 빨리 가자 다 왔다며!”

드디어 집에 도착 부모님이 대문 밖으로 환한 웃음으로 재이만 맞이해주셨다. 

나와 아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은가보다. 

“재이야, 멀지? 고생했다~ 그리고 며느리도 고생했다”

“고생은 내가 했지~ 얘네는 방금 일어났는데...”

“아이고 착하기도 하지, 재이 차도 잘 타네~”

“엄마, 며느리도 잘 타~”

아내는 시어머니 앞이라 그런가, 내가 놀리자 얼굴이 빨개졌다.

처음 가 본 조부모댁에서 재이는 밥도 잘 먹고 산책도 잘하고, 아주 잘 놀았다부모님은 유모차를 끌고 가며 동네방네 자랑을 했다.

“아니 아들 결혼 안 한다고 하더니 벌써 손자가 있네?”

“작년에 태어났어”

“아이고~ 튼실하네!”

“그치? ㅎㅎㅎ”

포기를 모르는 1인(아버지)의 표정이 그렇게 밝은 건 오랜만이다 오늘 재이는 정말 100점이었다 모든 순간이 완벽했다.

하지만 아내가 8시에 재이를 재우러 들어가면서 –90점이 되었다.

“재이 안 자?”“안자~~~~”

아내의 표정은 화가 60% + 지침 40%.

그리고 “아아아앙~~~~~~”

거실의 불이 다 끄고, 부모님도 방으로 들어가셨다나는 재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아내는 이미 지쳐있었다.

재이를 받았다.

“아아아아앙~~~~~” 잔....다.

눕혔다“아아아아앙~~~~~” 잔...다

문을 닫았다. “아아아앙~~~~”

“재이야… 좀 자라… 엄마 아빠 너무 피곤해…”

“아아아앙~~~~~~”

정말 졸려 보이는데, 왜 이렇게 안자는지 장소가 달라져서인지 잠투정이 너무 심하다. 아내와 번갈아 가며 재이를 재웠고, 밤 11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아내는 방에서 나오자마자 “어머님 아버님 주무셔?”

“어 주무시는거 같애”

“맥주 좀 사와”

“지금 시댁인데, 어른들 다 계신데 며느리가 술이나 먹고?”

농담을 던졌지만 먹히지 않았다.

“사와 쫌”

난 조용히 맥주를 사왔다.

“화가 많이 나?”

“들어가 혼자있고 싶어”

아마도 아내는 어려운 시댁에서 말 안듣는 아이와 깐족거리는 남편 때문에 맥주가 말도 없이 '칵~~~' 하고 들어가는 것 같았다. 

 

(또우파파는 2018년 결혼해 6세 아들을 둔 회사원으로 블로그 '오늘 또 처음'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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