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외국인 매출 비중 26.4%, 1~5월 외국인 구매 건수는 596만건
올리브영 알고 방문하는 '아시아권' 관광객, 모르고 들르는 '서구권' 관광객

CJ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의 모습. 명동타운점은 하루 평균 방문객 1만~1만5000명, 구매 고객은 5000명 수준이다. / 사진=김선주 기자 
CJ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의 모습. 명동타운점은 하루 평균 방문객 1만~1만5000명, 구매 고객은 5000명 수준이다. / 사진=김선주 기자 

| 스마트에프엔 = 김선주 기자 | 서울 명동 한복판, 외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은 이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들르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매장 안에서는 중국어·영어·태국어가 뒤섞여 들리고, 계산대에는 마스크팩과 립틴트, 벌꿀약과 등이 쌓여간다.

"릴스에서 봐서 일부러 왔어요." 태국에서 왔다는 관광객의 말이다. 반면 가족과 함께 여행 중이라는 한 미국인 남성 관광객은 "올리브영이 뭔지 몰랐다. 지나가다 보여서 여자친구가 보내준 '조선미녀' 화장품을 찾으러 들렀다"고 답했다.

지난 11일 실제 매장을 찾은 외국인 고객들의 인지도는 국가별로 극명하게 갈렸다. 동남아 관광객에게는 이미 '한국 여행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지만, 미주·유럽권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낯선 이름이었다. 외국인 방문객의 '쇼핑 성지'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브랜드 자체의 글로벌 인지도는 제한적인 셈이다.

외국인 매출 26.4%, '전 세계가 온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1~9월) 오프라인 매장의 외국인 구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었다. 올 상반기 외국인 매출 비중은 26.4%, 2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30%를 돌파했다.

한국관광데이터랩 통계에 따르면 1~5월 한국 방문 외국인은 720만6700명. 같은 기간 올리브영의 외국인 구매 건수는 596만건을 넘어섰다. 단순 계산 시, 한국에 온 관광객 10명 중 8명은 올리브영에 들른 것이다.

국적도 다양하다. 지난해 올리브영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 국적은 189개국에 달했다. 유엔 정회원국(193개국) 대부분이 포함된 셈이다. 이처럼 관광객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아 해외 관광객 유입은 폭발적이지만,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마스크팩존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관광객들이 많다./사진=김선주 기자 

"SNS에서 보고 왔어요" vs "지나가다 들어왔어요"

직접 명동타운점을 방문해 국적 다양한 외국인 10팀에 '올리브영을 알고 찾아왔느냐'고 물었을 때, SNS에서 보고 일부러 찾아왔다고 답한 팀은 태국인,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 등 아시아권 팀뿐이었다. 애초에 매장 내 외국인 관광객 비율 자체도 아시아권이 80~90%인 듯했다. 

한 태국인 관광객은 "매장이 크고 직원도 많고 다국어 안내가 잘돼 있어 편하다"며 "태국에서는 릴스며, 뭐며 올리브영 관련 콘텐츠가 엄청 많아 꼭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마스크팩존에서 상자째로 마스크팩을 쓸어 담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한국에서 마스크팩 다음으로 유명한 제품은 건강기능식품과 콤부차"라며, "중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어 기념품으로 많이 사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탈리아·싱가포르 관광객의 반응은 달랐다. "지나가다 들렀다", "사람이 많아서 들어왔다", "한국 오기 전엔 이름도 몰랐다"는 답변이었다. 한 이탈리아 커플은 "달팽이 마스크팩이 진짜 좋냐"며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검색 중이었다.

'방문율'은 높지만 '인지도'와 '구매 동기'는 한국 현지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지는 구조다. 이 점이 향후 글로벌 진출 시 가장 큰 과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콤부차, 건강기능식품 등이 인기가 있어 식품 코너에도 많은 관광객이 몰려 있다./사진=김선주 기자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콤부차, 건강기능식품 등이 인기가 있어 식품 코너에도 많은 관광객이 몰려 있다./사진=김선주 기자 

명동타운, 하루 1만명 방문···'10초에 1명꼴로 결제'

명동타운점은 하루 평균 방문객 1만~1만5000명, 구매 고객은 5000명 수준이다. 10초마다 한 명꼴로 외국인 고객이 K뷰티 제품을 결제한다.

특히 스킨케어와 마스크팩은 50장 이상 '박스 단위'로 사가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브랜드는 100장 이상씩 대량 구매가 이뤄진다. 딜라이트프로젝트의 벌꿀약과, 김부각 등 전통 간식류도 인기가 높다. 외국인 고객이 매장 앞에서 캐리어를 열고 재포장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일본인 남성 관광객은 딜라이트프로젝트의 베이글칩을 쓸어담는 모습이었다. 왜 그 제품을 그렇게 많이 담냐고 묻자, 이 제품이 인기가 많다고 해서 기념품으로 나눠주려고 한다고 답했다.

명동역점에는 외국인 특화 '딜라이트 프로젝트' 존과 K-POP 코너, 글로벌 라운지, 밴딩머신 웰컴 기프트 등 K라이프스타일 복합몰 형태로 발전 중이다. 명동 일대에만 총 8개의 올리브영 매장이 포진돼 있다.

남성뷰티 제품을 비교해 보고 있는 동남아권 관광객의 모습./사진=김선주 기자 
남성뷰티 제품을 비교해 보고 있는 동남아권 관광객의 모습./사진=김선주 기자 

글로벌 확장 앞둔 '인지도' 숙제

올리브영은 내년 미국 진출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뷰티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다만 '외국인 매출 급증'은 곧 '관광지 효과'지, 아직은 브랜드 자체의 인지도 덕분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K뷰티 제품력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올리브영이라는 이름 자체는 '한국에 와서 처음 알게 된 브랜드'라는 평가다. 서구권 관광객이 실제로 올리브영을 이미 알고 찾아오는 비율은 높지 않았다.

프랑스 관광객은 "일반적인 프랑스인들은 올리브영에 대해 전혀 모른다"며 "세포라(Sephora), 마리오노(Marionnaud) 등이 프랑스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가별 소비자 인지도 조사 및 타깃 세분화, SNS·디지털 마케팅 현지화, PB(자체 브랜드) 강화, 언어 장벽 최소화 등 '인지도에서 정체성으로의 전환' 등의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에서는 세포라·얼타(ULTA) 등 글로벌 뷰티 플랫폼이 이미 포진한 만큼, '한국형 뷰티 허브' 이상의 차별화가 요구된다.

올리브영은 현재 명동을 중심으로 'K뷰티 유통 허브'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세계 속의 올리브영'이 되어야 한다. 누구나 들르지만,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 올리브영이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넘어설지가 미국 시장 진출 이후 성패를 가를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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