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쏘시오 '메타비아', 적게 먹고 더 많이 태운다
종근당, 주사 대신 먹는 GLP-1 도전
한미약품, 근육을 지키는 비만 치료제

최근 비만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최근 비만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글로벌 비만 치료제가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도 'K-비만 신약'으로 반격에 나섰다. 한국 기업들은 단순 체중을 얼마나 많이 줄이느냐가 아닌, ▲대사 건강 ▲복용 편의성 ▲감량의 질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동아쏘시오그룹(메타비아), 종근당, 한미약품은 각기 다른 접근법으로 글로벌 시장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동아쏘시오 '메타비아', 적게 먹고 더 많이 태운다

12일 업계에 다르면 동아쏘시오그룹의 미국 자회사 메타비아(Metavia)가 개발 중인 'DA-1726'은 GLP-1/GCG 이중작용제로 '적게 먹고 더 많이 태우는' 새로운 기전을 지닌다.

GLP-1 수용체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동시에, 글루카곤(GCG) 수용체를 활성화해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전임상 연구에서 DA-1726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와 유사한 식이 억제 효과를 보이면서도 에너지 소비량이 더 높게 나타났다.

글로벌 1상 초기 임상에서는 26일 만에 최대 6.3%(6.8kg) 체중 감소를 보였고, 동시에 총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이 감소하는 등 지질 프로파일 개선 효과도 확인됐다.

동아의 전략은 단순 체중 감량이 아니라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비만 환자’를 겨냥하는 것이다. 고지혈증이나 지방간을 동반한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며, 향후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로의 확장도 기대된다. 현재 미국과 한국 등에서 글로벌 1상이 진행 중이며, 미국 상장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NeuroBo)와 공동 개발 중이다.

메타비아 김형헌 대표는 “임상 1상에서 우수한 안전성, 초기 체중 감소, 허리둘레 감소, 심혈관 안전성을 확인했으며, 약동학 특성과 80시간의 반감기를 통해 주 1회 비만치료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며 “DA-1726은 차별화된 비만치료제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최대 내약 용량 탐색을 위한 추가 임상 1상을 통해 경쟁력을 더욱 명확히 입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들이 미국비만학회에서 포스터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종근당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들이 미국비만학회에서 포스터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종근당

종근당, 주사 대신 먹는 GLP-1 도전

종근당은 한때 희귀 유전성 비만 치료제 ‘CKD-732(벨로라닙)’으로 주목받았지만 혈전 부작용으로 개발을 중단했다. 이후 회사는 방향을 완전히 틀어 ‘경구용 GLP-1’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주력 파이프라인은 ‘CKD-514’, 즉 먹는 GLP-1 수용체 작용제다.

이 약은 주사형 치료제의 최대 단점을 극복한 ‘복약 편의성 중심’ 전략으로 개발되고 있다.

종근당은 펩타이드 약물이 위장에서 분해되지 않도록 하는 자체 흡수 기술을 적용해 대동물 모델에서 우수한 경구 생체이용률(BA)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올해 11월 미국 비만학회(Obesity Week 2025)에서 전임상 데이터를 발표했으며,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경쟁자인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 세마글루티드가 공복 상태에서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갖고 있는 만큼, 종근당은 복용 제약이 적고 흡수율이 높은 ‘차세대 경구 GLP-1’을 목표로 한다. 이는 기술 장벽이 높지만 성공 시 세계 시장에서 ‘먹는 K-비만약’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 수 있는 고위험·고수익 전략으로 평가된다.

종근당 관계자는 "비만치료제와 같은 종근당 혁신 파이프라인의 개발 경쟁력을 글로벌 무대에서 확인했다"며 "각 파이프라인의 차별화된 약물학적 특성과 비임상 성과를 바탕으로 혁신신약 개발을 앞당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R&D센터 및 임상팀 연구원들이 미국비만학회에서 자사 비만치료제의 연구내용을 참석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R&D센터 및 임상팀 연구원들이 미국비만학회에서 자사 비만치료제의 연구내용을 참석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근육을 지키는 비만 치료제

한미약품은 단기 상용화 약물부터 혁신 신약까지 3단계(3-Track)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첫 번째 축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주 1회 주사형 GLP-1 작용제다. 비당뇨 성인 448명을 대상으로 한 국내 3상에서 40주간 평균 9.75%의 체중 감소를 보였으며, 위장 부작용 발생률은 11~17%로 경쟁약 대비 현저히 낮다.

‘덜 아프고 오래 쓸 수 있는 약’을 원하는 아시아권 환자들에게 특히 유리하다. 한미는 올해 식약처 허가를 신청하고 2026년 하반기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한다.

두 번째 축은 ‘HM17321’, 세계 최초로 근육량을 늘리는 비만 치료제를 표방한다.

기존 GLP-1 계열과 달리 CRFR2 수용체를 타깃으로 해 근육 내 mTOR 경로를 자극, 지방을 줄이면서 근육을 증가시키는 기전이다. 전임상에서 세마글루티드보다 지방 감소 폭이 크고 근육량 증가가 유의하게 관찰됐다. FDA는 최근 1상 임상을 승인했으며, 한미는 이 약을 기존 GLP-1 제제와 병용해 ‘근감소 부작용’을 상쇄하는 전략으로 본다.

세 번째 축은 ‘HM15275’, GLP-1·GIP·글루카곤 삼중작용제다. 한미는 이를 통해 25% 이상 체중 감소와 근육 손실 최소화를 동시에 노린다. 한미의 목표는 단순 감량 경쟁이 아니라, ‘근육의 질’과 ‘지속 복용 가능성’을 모두 잡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4일부터 7일(현지시각)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 비만학회에서 신개념 비만치료제(HM17321)와 차세대 비만치료 삼중작용제(HM15275) 등 2개 비만 신약에 대한 4건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미약품 최인영 R&D센터장(전무)은 "올해 주요 국제 학회에서 발표한 HM17321과 HM15275의 연구 결과는 한미가 인크레틴 및 대사질환 분야에서 20년 이상 연구를 지속하면서 축적한 과학적 전문성을 토대로 글로벌 무대에서 혁신 기술력을 입증한 성과"라며 "전세계비만 환자들의 삶의 질을 한층 높일 수 있도록 '건강한 체중 감량'을 실현하는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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