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H.O.P 프로젝트로 비만 치료 포괄 생태계 구축
대웅제약, 위고비 성분 마이크로니들 패치 실험서 80% 흡수 달성
동아에스티, 마이크로니들·비만치료제 병행 개발 중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국내 기업들이 제2의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를 꿈꾸며 비만치료제 개발에 앞다퉈 경쟁 중이다.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23년 80억 달러(약 9조원) 규모에서 연평균 성장률(CAGR)이 50% 수준으로 2030년까지 약 1000억 달러(약 13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은 제약사들의 공격적인 R&D 투자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되고 있다.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은 두 거대 제약사가 양분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GLP-1 단일 작용제)와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터제파타이드, GLP-1/GIP 이중 작용제)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비만치료제 시장은 단순히 '얼마나 체중을 줄이는가'의 경쟁에서 '어떻게 체중을 줄이고, 그 경험을 어떻게 개선하는가'의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의 한미약품, 대웅제약, 동아에스티는 이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거대 기업들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미약품, H.O.P 프로젝트 /이미지=한미약품

한미약품, H.O.P 프로젝트로 비만 치료 포괄 생태계 구축

2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통해 비만 치료의 전주기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체중 감량 약물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치료 후 관리와 예방까지 포함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한미약품은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체중 감량의 질적 개선 ▲근육량 보존 ▲치료 지속성 ▲복약 편의성 향상이라는 목표를 설정하며 시장의 미충족 수요를 정조준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HM15275와 HM17321은 내년 하반기 상용화 목표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혁신을 잇는 차세대 파이프라인이다. 각각 비만치료 영역에서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과 ‘계열 내 최초 신약(First-in-Class)’으로 개발될 잠재력을 입증해 나가고 있다.

하반기에는 HM15275의 임상 2상 진입, HM17321의 임상 1상 개시가 계획 중이다. 또한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GLP-1 계열)의 국내 임상 3상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2026년 하반기 국내 출시할 계획이며, 출시 4년 내 연매출 1000억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이달 중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유럽당뇨병학회(EASD 2025)’에 참석해 비만 영장류 모델을 통한 HM17321의 임상 적용 가능성을 입증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또 한미약품은 HM17321이 근육에 직접 작용해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구체적인 작용 기전을 분자생물학적으로 규명하고, 대사 적응을 통한 혈당 조절 효과를 입증한 결과를 발표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유럽당뇨병학회(EASD 2025)는 지난 6월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DA 2025)에 이어 한미의 차세대 비만신약 파이프라인이 지닌 차별화된 R&D 경쟁력이 주목받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한미약품은 ‘양과 질의 균형’, ‘접근성과 지속가능성’, ‘과학 기반의 차별화’를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을 속도감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웅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6.7배 확대 촬영한 모습/ 사진=대웅제약
대웅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6.7배 확대 촬영한 모습/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 위고비 성분 마이크로니들 패치 실험서 80% 흡수 달성

지난달 13일 대웅제약과 대웅테라퓨틱스는 세마글루타이드(제품명 위고비) 성분을 탑재한 마이크로니들 패치가 사람 대상 초기 약물 흡수 실험에서 주사제 대비 생체이용률이 80% 이상 달하는 결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연구는 건강한 성인 70명을 대상으로 대웅테라퓨틱스가 자체 개발한 약물전달 기술 플랫폼 ‘클로팜’을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에 적용한 결과다. 

대웅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세마글루타이드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피부에 부착, 체내 흡수된 약물의 혈중 농도를 측정했다. 같은 조건에서 세마글루타이드 피하주사 투여 시 혈중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두 약물 간 생체이용률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피하주사 제형 약물 흡수율 100% 기준, 마이크로니들 패치 약물은 80% 이상 효과적으로 체내에 흡수됐다는 게 대웅 측 설명이다. 이는 ‘먹는 위고비’에 비하면 160배 높은 약물 전달률이다.

클로팜은 바늘이 피부에 닿은 뒤 녹으며 약물을 방출하는 용해성 타입의 마이크로니들 패치다. 약물의 균일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가압 건조’와 ‘완전밀착 포장’ 기술을 적용해 오염 우려 없이 정밀하게 투여할 수 있다.

혈중 농도가 일주일간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고용량 세마글루타이드를 단일 패치에 담아 주 1회 투여가 가능한 제형으로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한 상태다. 

대웅제약과 대웅테라퓨틱스는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파트너사들과의 기술이전 및 공동 개발, 라이선스 아웃 등 다양한 협력 모델을 통해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과 2028년을 목표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강복기 대웅테라퓨틱스 대표는 “고용량 세마글루타이드를 단일 패치에 적용해 주 1회 투여 가능한 수준의 약물 전달 효율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사진=동아에스티
사진=동아에스티

동아에스티, 마이크로니들·비만치료제 병행 개발 중

동아에스티는 마이크로니들과 비만치료제 개발을 병행 중이다. 회사는 2023년 2월 마이크로니들 전문기업 주빅과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형(GLP-1) 계열 비만치료제 패치 제형을 준비하고 있다. 주빅은 마이크로니들 제형화 및 품질분석을 진행하며, 동아에스티는 원료공급과 동물실험을 통한 성능 입증 수행에 집중할 예정이다.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개발 벤처기업인 주빅은 연세대 생명공학과 내의 연구진을 포함해 총 20여 명의 연구 인력으로 의료용 마이크로니들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국내 마이크로니들 개발 조직 중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8월 동아에스티와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현 메타비아)는 이뮤노포지와 이 회사가 개발한 1개월 약효지속형 반감기 연장 ELP(Elastin-Like Polypeptide)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비만치료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동아에스티는 뉴로보와 자사 비만치료제 신약 후보물질과 이뮤노포지의 ELP 기술을 결합한 1개월 지속형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뮤노포지의 1개월 약효지속형 반감기 연장 ELP 플랫폼 기술은 이뮤노포지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짐 밸런스 박사가 원천특허 개발자다. 약물의 반감기를 최대 200배까지 증가시킬 수 있는 약물 지속형(long-acting) 기술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주사제로 개발할지, 경구제로 개발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제형은 연구를 진행하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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