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마트에프엔 = 한시온 기자 | 전 세계 토큰화 자산 규모가 2년 만에 4배 이상 확대되면서 금융시스템이 디지털 전환 단계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토큰화 흐름이 금융 인프라의 중심축인 '국채'까지 확산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규제가 미비해 투자자 보호 체계 마련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자본시장연구원의 '디지털 전환 시대의 국채 토큰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전 세계 토큰화 자산 규모는 323억달러로 2년 전과 비교해 4.1배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도 102.5%에 달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초기에는 가상자산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으나 최근에는 채권, 펀드, 주식 등 전통 금융자산의 토큰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토큰화는 부동산·채권·예금·미술품 등과 같은 실물자산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바꿔 블록체인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스마트계약을 통해 거래를 자동화할 수 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정화영 연구위원은 "토큰화 시스템에서는 24시간 거래가 가능해 투자 접근성이 높아진다"며 "토큰을 작은 단위로 거래할 수 있어 다양한 자산에 대하여 분할소유가 가능해지고 투자기회가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채토큰은 정부의 재정활동을 위한 자금조달 수단인 국채를 디지털 토큰 형태로 구현한 것으로 디지털 금융의 신뢰 기반이자 거래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연구원은 "국채토큰은 담보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자금조달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강화할 수 있다"며 "발행·결제 시간 단축, 자동화로 인한 운영 비용 절감, 분할 소유를 통한 투자 저변 확대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채 토큰화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금융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채를 직접 토큰화해 발행한 사례는 홍콩 등 일부 국가에 그치고 있다. 홍콩 정부는 2023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세계 최초로 녹색 국채토큰을 발행했으며, 홍콩달러·위안·미달러·유로 등 다중 통화 기반의 디지털 녹색채권 발행에도 나서는 등 국채 토큰화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23년 금융위원회에서 토큰 증권의 발행과 유통에 관한 규율체계 정비 방안이 발표됐으나 관련 법제화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재 토큰화의 활용도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부동산 조각투자 등 일부 분야에 한정돼 있다.
토큰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두 연구원은 "토큰자산에 대한 규제와 법적 명확성을 확보하고 토큰화 시스템에서도 자금세탁방지(AML)와 고객확인의무(KYC)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민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탈중앙화 성격을 갖는 토큰증권은 투자 접근성이 높아지는 만큼 저가·신종증권 투기화, 불공정거래, 불량자산의 토큰화 등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자보호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토큰증권은 미술품, 음악 저작권, 한우 등 비정형 자산을 쉽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만, 객관적인 가치평가 기준이 확립돼 있지 않아 실물가치와 시장가치의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발행·유통 과정에서 공시 및 실사 책임 강화, 적정 평가 방법론 개발, 정보교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 등 공정한 가치평가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