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 앞에서 "용인 클러스터만 600조원 규모로 커질 수 있다"라는 발언의 구체적인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의 용적률 상향 조정으로 인한 생산라인(팹) 확장, 인플레이션과 첨단 공정 장비 비용 상승, AI 수요 폭증이라는 복합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클린룸 총면적은 당초 계획보다 약 50% 넓어지게 됐다. 용인특례시가 최근 산업단지계획 변경을 승인하면서 SK하이닉스 A15 부지의 용적률을 기존 350%에서 490%로 상향했고, 건물 높이 제한도 120m에서 150m로 완화했기 때문이다. 이 조치로 각 팹에 확보 가능한 클린룸 공간이 약 1.5배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투자 비용도 대폭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용인클러스터를 발표하며 120조원 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하지만 사업 착공이 늦어지는 사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AI 열풍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생산능력(캐파) 확대가 회사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이를 위한 최신 장비 도입 비용 상승과 물가 인상 효과까지 더해지며 총 투자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언급한 ‘600조원’이 단순한 과장이 아닌 현실적 추정치라는 분위기다. 최 회장은 지난 16일 한미 관세협상 관련 민관 회의에서 "2028년까지 128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예상했지만 비용이 계속 늘고 있다"며 "정확한 계산은 불가능하나 용인 클러스터만 600조원 규모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용인클러스터에는 총 4개의 메모리 팹이 들어선다. 각 라인의 규모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준공한 청주 M15X 팹(건설비 20조원 이상)의 약 6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단순 산출만 해도 팹 한 곳당 120조원 이상, 전체 4곳이면 최소 480조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업 기간이 2050년까지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와 설비 비용 상승을 감안한 600조원 추산이 무리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SK하이닉스는 2027년 용인 클러스터 1기 팹의 첫 클린룸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는 1기 캐파가 현재 회사의 최대 생산시설인 이천 M16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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