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라이브로 BM 낮추고 즉각 대응으로 변화 증명
리니지식 수익모델과 결별···엔씨의 새 BM 실험
김택진 "MMORPG 본질로···엔씨만의 색을 찾겠다"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엔씨소프트가 이를 갈고 만든 신작 MMORPG ‘아이온2’를 19일 0시 출시했다. 아이온은 출시 직후 다양한 잡음이 났지만 엔씨소프트는 이례없던 빠른 대응으로 유저들에게 "엔씨답지 않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엔씨가 아이온2에 단순한 신작 흥행만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 본연의 재미보다 과금 중심이라는 오명을 벗고, 과거의 영광을 잃은 ‘게임 명가’라는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총체적 전략의 중심에 놓인 프로젝트로 풀이된다.
지스타 2025에서의 호평, 출시 직후 발생한 BM 논란과 이에 대한 이례적 긴급 라이브, 그리고 핵심 BM을 출시 15시간 만에 철회한 결정은 엔씨가 이번 작품을 통해 되돌리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바로 금액이 아닌 ‘신뢰 자본’이다.
기대와 불안이 공존했던 '아이온2'···문제 발생 후 빠른 대처로 기대감↑
2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스타 2025에서 공개된 ‘아이온2’는 그 자체로 입지를 다시 다질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 언리얼 엔진 5 기반 그래픽, 쾌적한 동작과 전투, 카이팅과 무빙샷이 가능한 조작감 등은 IP의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진화를 보여줬다. 전시 기간 내내 대기시간이 4시간을 넘기며 ‘게임 오브 지스타’에 선정되는 등 시장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기대만큼 불안도 컸다. 수년간 엔씨게임은 시연 단계에서는 과금을 감춘 뒤 출시 후 고강도 BM을 넣는다는 학습효과가 유저들의 경계심으로 남아 있었다. 실제로 커뮤니티에서는 "이대로만 나오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반응과 "하지만 엔씨라면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동시에 존재했다.
불안은 출시 첫날 곧바로 현실이 됐다. 로그인 불가, 캐릭터 생성 오류 등 기술적 문제에 이어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상점에 등장한 패키지였다. 개발진이 사전 방송에서 ‘능력치 증가형 아이템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언급했음에도, 실제 출시 버전에서는 전투 강화 주문서 100장, 영혼의 서 50개가 포함된 패키지가 판매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획 실수를 넘어, “과거와 달라지겠다”는 메시지를 믿고 기다린 유저들에게 치명적인 신뢰 상실로 작용했다.

여기서 엔씨는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공지 30분 후 열린 긴급 라이브 방송에서 엔씨 개발 담당자들이 직접 고개를 숙였고, 문제 상품은 즉시 삭제됐다. 더 나아가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유저에게 해당 아이템을 사죄의 의미로 지급했다. 이어 스킬 초기화 비용 삭제, 물약 가격 절반 인하, 지역 퀘스트 보상 2배, 사냥 요구량 절반 등 게임 전반의 구조적 개선책을 공개했다.
즉, 엔씨에게 이번 조치는 매출보다 신뢰 회복을 우선하는 선택이었다. 15시간 만에 핵심 BM을 포기한 것은 회사 내부 의사결정 체계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리니지식 BM에서의 탈출,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찾아
아이온2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과금을 낮췄다는 차원을 넘어, 엔씨의 BM 체계가 근본적 변화의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는 데 있다. 이번 작품은 엔씨 내부에서 수년간 유지돼온 ‘리니지식 BM’의 해체와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향한 실험이 결합된 구조다.
기존 리니지 라이크 엔씨 게임의 핵심 구조는 ▲강화·변신·확률형 아이템을 중심으로 한 ARPU(유저당 평균 매출) 극대화 ▲소수 고과금(Whale) 유저가 매출의 대부분을 형성 ▲전투력과 과금 요소가 직접 연결되는 페이 투 윈(Pay to Win)으로 악명이 높았다.
이 모델은 단기 매출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유저 기반을 좁히고 글로벌 서비스에 불리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신작마다 비슷한 BM을 반복하며 "또 리니지냐"는 이미지가 고착된 것도 이 구조 때문이다.
아이온2는 출시 전부터 'BM 목표를 낮게 잡았다'는 점이 명시됐다.

출시를 앞둔 2025년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홍원준 CFO와 경영진은 '아이온2'의 비즈니스 모델(BM)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경영진은 "맹독성 BM을 지양하고 유저 친화적인 BM을 탑재할 것"이라며, 매출 목표 또한 단기적인 폭발력보다는 장기적인 안정성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리니지W' 시절의 기록적인 초기 매출보다는, '쓰론 앤 리버티(TL)' 글로벌 버전과 같이 넓은 유저층을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한다는 전략적 수정을 의미했다.
엔씨는 아이온 2를 통해 ▲확률형을 지양하고 확정형·외형 중심 BM으로의 이동 ▲캐릭터 성장·전투력은 인게임 재화(키나) 기반으로 유지 ▲배틀패스·패션·편의성 중심의 다수 기반 소비 구조 ▲자동사냥이 아닌 ‘어시스트 모드’로 모바일 피로도 완화 등의 개선을 제시했다.
특히 능력치 상승형 아이템을 실패 없이 제거하고, 과금 구조 전반을 ‘넓고 얇게’ 가져가는 방식은 ARPU가 낮아지는 대신 DAU를 확보해 게임 수명을 늘리는 전략이다. 리니지식 ‘고래 중심 BM’이 아닌, 글로벌 MMORPG들이 채택하는 ‘커뮤니티 기반 장기 라이브 서비스’ 모델에 가까워졌다.
문제가 된 패키지를 삭제하고, 그 아이템을 모든 유저에게 제공함으로써 엔씨는 단기 매출의 상당 부분을 버렸다. 이는 상징적 조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유저 우선 원칙을 선언한 첫 실질적 행동이며 개발 조직 내부의 관성보다 경영진의 개혁 의지가 우위를 차지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는 앞으로 다른 작품에도 동일한 방향이 적용될 가능성을 높여줬다.
즉 이번 BM 전면 수정은 향후 엔씨 라인업 전체의 체질 개선 신호로 볼 수 있으며, 아이온2가 단순 신작이 아니라 조직 변화의 시험대이자 출발점임을 알 수 있다.

엔씨의 전략적 변곡점···김택진"MMORPG 본질 찾을 것"
엔씨소프트는 지금 전략적 변곡점에 서 있다. ‘아이온2’는 오랜 시간 엔씨를 따라다닌 '과금 중심 기업'이라는 인식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작품이다. 출시 첫날의 위기는 엔씨가 직면한 신뢰의 깊이를 다시 드러냈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하며 변화를 행동으로 증명했다.
아이온2의 매출은 리니지 시리즈처럼 폭발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엔씨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일시적 매출이 아니라, 게임 회사로서의 명예 회복,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인정받을 수 있는 기반이다. 이를 위해 아이온2는 가장 중요한 첫 발을 내디뎠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스타 2025 현장에서 "리니지라는 성공 방정식을 따르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통해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MMORPG의 본질을 새로운 각도로 비추고, 슈팅, 액션, 서브컬처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엔씨만의 색깔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성패는 이 변화가 단발성 선택이 아니라, 향후 출시될 '신더시티'와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즈’ 등 신규 라인업에서도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 엔씨가 선택한 긴 여정의 시작점, 그 중심에 지금 ‘아이온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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