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꽤 잘 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찾아온 뒤, 그 자신감은 매일 부서지고, 매일 새로워졌다. 기저귀를 갈며, 울음소리에 당황하며, 처음 듣는 "아빠"라는 단어에 멈춰 서며, 나는 조금씩 아빠가 되어갔다. 익숙해질 틈 없이 낯설고, 그 낯섦이 너무 사랑스러워 자꾸 기록하고 싶어졌다. 이 글은 완벽하지 않은 아빠가 아이와 함께 자라는 매일의 '처음'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으로 쓴다. 언젠가 아이에게, 그리고 어쩌면 나 자신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담아두기 위해. "오늘 또 처음처럼."

확 트인 시야를 보니 그동안 육아로 쌓였던 피로가 스르르 풀리는 것 같았다.

재이는 살짝 잠들었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바라보니 이제야 휴가 좀 온거 같은 느낌이 났다.

“재이 자는데 손수건으로 간단히 씻기자”

“어, 얼른 눕히고 맥주 한잔 해”

“응 좋아~”

재이를 재우고 맥주를 마시며 서로를 위로하려 했지만 우리 계획은 망했다  

기저귀를 가는 순간 재이는 눈을 번쩍 떴고 눈이 점점 말똥말똥해졌다. 

“재이야, 왜 깼어?”

“아아아앙~!”

“어떡하지? 재이랑 같이 마실까?”

“금방 깼으니까 다시 잘거야 내가 재울께”

아내는 힙시트를 차고 재이를 안았다.

“자장~ 자장~ 재이야~ 얼른 자~”

잠깐 눈 감는가 싶더니 다시 “아아아아앙~!”

잠투정 시작되었다  방은 불이 꺼졌고, 나는 숨을 죽인 채 ‘조용한 명상’ 모드로 돌입했다.

“자장~ 자~장~”

아내의 목소리가 점점 사라지고, 나는 슬슬 졸음이 왔다.

“오빠”

“어 왜 왜 왜?”

“안 자~~”

아내는 화가 많이 났다. 1시간이 지났는데 재이는 아직 안자고 있다.

“어어어 내가 재울께”

나는 재이를 안아들고 등을 스다듬었다.

“재이야, 아빠랑 코 자자~”

“아아아앙~”

자는 줄 알고 눕히면 깨고, 깨면 또 울고이 패턴이 또 다시 반복되니 우린 너무 힘들었다.

“졸리면 자면 되지 왜 이렇게 아빠 힘들다~”

점점 멍해지는 상태에서 재이 등을 두들기며 “자장 자~장 자장” 하고 있었고 아내는 이미 쇼파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오늘 걸음마 연습도 많이 해서 피곤했을텐데 재이는 12시가 넘어서야 잠들었다.

“맥주 안 마셔?”

“안 먹어… 그냥 잘래”

야경도, 분위기도 모든게 다 사라졌다.

TV도 못켜고 핸드폰도 할 수 없어서 이리저리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아아아앙~”

재이의 울음소리에 눈이 번쩍!

아내는 화가 많이 난 얼굴로 빵빵해진 기저귀를 갈고 있었다.

“잘 잤어?”

“아니”

“왜 이렇게 화가 많이 나 있어?”

“몰라 피곤해”

“다시는 여행 안 와”

“왜?”

“이게 무슨 여행이야 집보다 더 힘들어”

“그럼 멀리 갈걸 그랬나?”

“아니 멀리 갔으면 돈도 시간도 엄청 아까웠을거 같애”

“그렇긴 하네~”

여행 오기전 아내는 이쁜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지만 재이가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바람에 우린 특별히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별로 남지 않은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이 풍선에 바람 좀 넣어줘”

“꼭 해야 해? 그냥 찍으면 안 돼?”

“휴~”

아내의 깊은 한숨에 결국 풍선에 바람을 넣기 시작했다.

벽에 풍선을 붙이고,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사진 찍을 땐 둘다 표정이 아주 좋았다.

“이거 어때?”

“다시 찍어줘”

“그래, 이번엔 좀 더 웃어봐”

“어제 갔던 테라스에서 마지막으로 찍자”

어제밤 야경이 아름다웠던 곳, 벌써 세 번째 가야한다니 내키지 않았다.

“어제도 찍었잖아 근데 또 가?”

“어제는 이쁜 사진이 없어”

“꼭 찍어야 해?”

“그냥 좀 찍으면 안 돼?”

굳이 안 찍어도 될거 같은데 하며 투덜거리며 올라갔다. 

사진 속 풍경은 똑같은데, 어제는 셋 다 활짝 웃고 있었는데 오늘은 아내는 무뚝뚝하고, 나는 화가 많이 나 있고  재이만 혼자 환하게 웃고 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다음엔 좀 멀리갈까?”

“난 안가 같은씨끼리 다녀와~” 

아내는 “다시는 안가”라고 말했지만 나는 안다. 

재이가 웃는 사진을 보면 아내는 또 여행을 계획할거란걸. 

육아여행은 힘들지만 그 만큼 행복도 더 커지니까. 

“재이 엄마 더 멀리 더 길게 가자”

 

(또우파파는 2018년 결혼해 6세 아들을 둔 회사원으로 블로그 '오늘 또 처음'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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