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꽤 잘 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찾아온 뒤, 그 자신감은 매일 부서지고, 매일 새로워졌다. 기저귀를 갈며, 울음소리에 당황하며, 처음 듣는 "아빠"라는 단어에 멈춰 서며, 나는 조금씩 아빠가 되어갔다. 익숙해질 틈 없이 낯설고, 그 낯섦이 너무 사랑스러워 자꾸 기록하고 싶어졌다. 이 글은 완벽하지 않은 아빠가 아이와 함께 자라는 매일의 '처음'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으로 쓴다. 언젠가 아이에게, 그리고 어쩌면 나 자신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담아두기 위해. "오늘 또 처음처럼."

돌잔치도 끝나고 성수기 전에 여름여행을 가기로 했다.

처음가는 여행이라 당일치기로 가자고 했지만… 1박 2일로 바꿨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아서 재이에게 무리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강도 보이고 아기 풀도 있어서 수영도 하면 좋을거 같아”

“그래, 오랜만에 우리도 좀 쉬고 오자”

여기서 내가 “쉬고 오자”고 말한 그 순간이.... 가장 큰 착오였다.

“재이야 어야 가서 강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자~”

“아바빠~”

“그래, 그럼 이제 출발!”

우린 아주 호기롭게, 아주 자신 있게 출발했지만 시작부터 난관이였다.

체크인 줄이 너~~무 길었다.

아무리 착한 재이라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오빠, 내가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재이 데리고 좀 돌아다녀”

그래서 로비랑 연결된 긴 복도로 갔는데… 바닥이 대리석.

넘어지면 울음 레벨 +200 보너스.

걷는 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뛰려는 이 아기 녀석....

앞으로 고꾸라질까 조마조마했고.

나는 계속 쫓아다니며 체력이 계속 소진되어 가고 있다.

“오빠, 이제 체크인했어! 들어가면 돼!”

“허… 힘들다…”

방은 좋았지만 … 계단 많고, 모서리 많고, 바닥은 미끄럽고, 재이는 계속 돌아디니고 혹시 몰라 챙겨온 머리 보호 모자를 씌우려 했지만 씌우면 던지고 또 씌우면 던지고… 무슨 무한반복 게임 같았다.

우린 이미 지쳐있었다.

“오빠, 짜증내지 말고 수영장 가서 재밌게 놀자”

“그래 그러자~ 지금 여름휴가중이지?”

“ㅎㅎㅎㅎ”

오늘 가장 오래 머무를 예정이였던 수영장에 도착했다.

시원해서 그런지 수영장에 들어가는 순간 마음이 확 풀렸다.

“재이야~ 여기 수영장이야~ 어때?”

재이는 엄마 다리에 앉아서 물에 발을 담그고 물을 튀기며 “아하하하”

깔깔거리며 물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도 잠시 재이는 아빠 닮아서 청개구리 본능 ON.

갑자기 물에 들어가기 싫다고 요동을 친다.

“아아아아아~~~!!”

아.....

들어간지 30분만에 수영장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갈때가 없어서 재이를 데리고 복도로 갔다.

이녀석 여기가 좋은가 보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걷고, 엉덩방아.

좀 걷고, 엉덩방아.

또 걷고, 또 엉덩방아.

“이럴거면 탄천으로 여름여행을 갈걸 그랬어”

“그러게 수영장 더 있고 싶었는데...”

“수영하고 와”

“아니야 재이 재우고 갈게”

우리는 번갈이가며 허리 굽혀 팔 벌리고 어정쩡한 모습으로 계속 따라다녔다.

재이는 신나서 계속 넘어지고 계속 일어난다.

“그래 재이야 니가 행복하면 이게 휴가지”

“그래 잘한 우리 재이~”

우리는 오랜만에 가는 뷔페이니 최대한 많이 먹어보겠다는 신념으로 갔다.

재이는 숟가락과 물통을 계속 떨어뜨리고 음식도 잘 먹으려하지 않았다.

“아아아아~ ” 괴성까지 지르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아~”

계속 떨어지는 물통과 숟가락을 주워서 닦는걸 반복했다.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니, 오빠가 알아서 가져와”

사람도 많고, 재이는 왜인지 밥도 안 먹고 숟가락만 계속 떨어뜨리고 있다.

순간 진짜 지어박고 싶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물론 참았다… 참아야 한다…)

“재이야 얼른 먹자…”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그냥 아무거나 집어넣고 급히 먹었다.

“어디로 먹었는지 모르겠어 더 먹어?”

“체할거 같애”

재이는 여전히 숟가락을 떨어뜨리고 괴성을 지르고 있다.

“아아아아아~~”

우리의 첫 여행은 화와 피로가 콜라보된 상태였고 옥상 테라스로 올라가 야경을 봤다.

재이는 하루종일 지쳐서인지 많이 돌아다니지는 않았다.

낮에 있었던 피곤함과 짜증이 도시 불빛과 강이 길게 늘어진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그때만큼은… 정말 힐링이 되었다.

오늘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였다.

살짝 잠든 재이를 안고 숙소로 들어왔는데…

그렇게 우리의 여름 지옥여행 2일차 시작되었다.

 

(또우파파는 2018년 결혼해 6세 아들을 둔 회사원으로 블로그 '오늘 또 처음'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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