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꽤 잘 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찾아온 뒤, 그 자신감은 매일 부서지고, 매일 새로워졌다. 기저귀를 갈며, 울음소리에 당황하며, 처음 듣는 "아빠"라는 단어에 멈춰 서며, 나는 조금씩 아빠가 되어갔다. 익숙해질 틈 없이 낯설고, 그 낯섦이 너무 사랑스러워 자꾸 기록하고 싶어졌다. 이 글은 완벽하지 않은 아빠가 아이와 함께 자라는 매일의 '처음'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으로 쓴다. 언젠가 아이에게, 그리고 어쩌면 나 자신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담아두기 위해. "오늘 또 처음처럼."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모일 수 있는 사람 수가 제한되기 시작했다.

돌잔치를 크게 하는건 이미 물 건너갔고, 누구를 초대할지 결정하는 건 더 큰 숙제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양보하려 노력하는편 이여서 크게 싸울일이 없었지만 유독 재이의 일이라면 서로 양보폭이 1mm도 안될만큼 좁았다. 

그래도 돌잔치는 미리 논의를 해서 무탈하게 준비가 마무리됐다.

그래도 다행스러운건 식당에서 돌상을 간단히 차릴 수 있게 배려해주셨다. 

결국 우리는 이전에 논의한 대로 부모님만 모시고 작게 하기로 했다.

“가족들 좀 많이 불렀으면 좋겠는데...”

“어쩔 수 없지, 나라에서 못 모이게 하는데”

“부모님만 모시고 하자”

“응 근처 식당에 예약해야겠지?”

“멀리 가지 말자”

아내는 아내대로 난 나대로 너무 아쉽고 마음이 불편했다.

돌 잔치날 아침 일찍 장모님과 통화하는 아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아침부터 왜 이렇게 예민한지 궁금했지만 일단 지켜봤다.

“오빠, 외삼촌이 돌잔치 오시려고 고속도로 타셨대”

이미 출발하셨다니 오시면 뭐 어떻게든 되겠지.

제한 인원에서 초과한 게 그렇게 마음에 걸렸다.

“지금 사람이 많은데, 식당에서 안 받아주면 어떡해?”

“그럼 그냥 돌아가시라 해? 그것도 이상하잖아!”

나는 점점 답답 모드로 돌입했다.

“미리 다 얘기했는데 누가 신고라도 하면?”

“오빠 너무 갑갑하게 그러지 마 누가 신고를 해?”

“혹시 모르지”

나는 계획이 틀어지면 늘 틀에 박힌 ‘정석 모드’로 전환되었다.

이런 내모습에 아내는 유독 답답해했지만… 돌발상황에 늘 등장하는 내모습이다 

아내는 장모님을 설득했지만, 이미 출발한 외삼촌께 “돌아가세요”라고 말하는 것도 너무 이상한 상황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장모님은 “괜찮아~ 누가 알아~”라고 하셨고, 아내는 “엄마, 나라에서 하는 거야…”라며 목소리가 점점 올라갔다.

결국 우리는 외삼촌에게 돌아가시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돌잔치를 축하하러 오시는 외삼촌께 “안 돼요”라고 말 할 수는 없었다. 

코로나19는 이렇게 가족 간의 거리까지 멀어지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내와 싸우기 직전까지 가서 서로 살짝 감정이 안 좋은 상태였지만 돌잔치는 잘 진행되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재이의 웃는 모습은 우리 부부의 마음을 녹이는데 충분했다.

재이가 “아바빠” 

“아~~~” 하고 소리를 지를때마다 어른들은 눈엔 꿀이 떨어지는게 보였다.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돌잡이!

마패, 돈, 실, 붓, 판사봉, 청진기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나는 속으로 말했다.

‘재이야 제발 돈 잡아라. 돈이 최고다’

“재이야 재이야 잘 잡아봐”

“아이고 이뻐라 재이야~”

“뭐 잡을까??”

“ㅎㅎㅎㅎㅎ” 

어른들은 재이의 웃음과 행동을 보며 즐거워하셨다.

그리고 재이가 잡은 것은.

마패!

“재이 공부 잘하려나 보다~”

“재이 대단한 거 잡았네~”

돌잔치는 어른들의 칭찬으로 최고의 행사로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아침의 일로 나만 잘 아내 눈치를 보느라 잘 마무리하지 못했다. 

“고생했어 아침에 내가 예민해서 미안해”

“오빠도 고생했어 너무 빡빡하게 굴지마 언제든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지”

“그건 내가 미안해…”

“그래도 오늘 잘 끝나서 다행이야”

그리고 백일잔치 때처럼 여러 벌 꺼내놓고 재이 패션쇼가 시작됐다.

“재이야 마패 들어봐~”

“아바바빠”

“재이야 여기 봐 까꿍~”

“아바바빠”

“아이구 이뻐, 여기 봐 ㅎㅎㅎ”

나는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찍고, 아내는 재이를 부르며 활짝 웃고 있었다.

오랜만에 카메라 앵글에 들어온 환한 미소의 아내 얼굴을 봤다. 

“나한테도 좀 그런 웃음 지어봐”

“이쁜 구석이 있어야 웃지?” 

재이와 함께한 일년. 우리는 서로 얼굴 한번 제대로 쳐다볼 새도 없이 시간이 쌩 하고 지나갔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평소엔 서로 볼 틈도 없다가 싸울 땐 노려보고, 째려보고 레이저가 발사되었다. 재이를 바라봤던 1/10만이라도 서로를 바라보는 데 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재이엄마, 일년동안 참 고생 많았어. 그리고 우리 내일도 고생해야하는거 알지? 

 

(또우파파는 2018년 결혼해 6세 아들을 둔 회사원으로 블로그 '오늘 또 처음'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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