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 K-Edu현장을 가다②] “새로운 시대, 비대면 수업의 길”

이치훈 상명초등학교 교감
정리=이성민 기자 2021-07-09 10:47:39
사진=이치훈 상명초 교감
사진=이치훈 상명초 교감
◇계속되는 교육의 위기

안일했던 예상과는 달리 코로나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갔다. ‘3월만 버티면 정상화되겠지’라는 기대는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처음 경험하는 암울한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EBS 방송을 통한 온라인 학습이 당시로서는 가장 유용한 대안이었다. 그러나 접속 폭주로 인한 접속 지연 문제가 자주 발생했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방송 내용 송출을 시도하는 등 교육부

차원에서도 다각적인 노력이 있었다.

3월 6일부터 EBS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우리 학교는 그 외 새로운 문제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방송을 제대로 보고 학습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학습 내용에 대한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단지 방송을 보라고 안내만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일단 3월 동안은 우리가 미리 준비했던 학급운영 플랫폼을 통해 학습 내용을 확인하는 쪽으로 진행을 하였으나 사태의 장기화를 예상하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뭔가 다른 대책이 필요했다.

교육부는 4월에 16일에 온라인 개학이라는 조치를 단행했지만, 우리 학교는 사실상 그전부터 미흡하나마 학급운영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과는 별도로 학교 자체적인 학습 방법에 대한 준비와 검토를 진행하고 있었다.

다른 학교들보다 먼저 시작한 덕분에 일방향 온라인수업의 문제점 또한 먼저 느낄 수 있었다.

이에 대한 대안은 역시 쌍방향 온라인수업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우리 학교는 4월 초부터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한 실시간 화상수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화상수업 관련 교사 연수를 자체적으로 실시한 후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학급별로 아이들을 화상회의 프로그램에 접속시켜 이런저런 활동을 해보는 등 곧 시작될 상호 쌍방향 온라인수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에 임했다.

◇적응을 위한 노력

팬데믹 이전에도 기업에서 온라인 회상회의를 한다는 둥 하는 기사를 간간이 접해 본 적은 있었지만, 필자가 실제로 경험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 내가 우리 학교 온라인학습을 주도하고 있던 김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처음으로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다. 교사들끼리 실제 화상회의도 해보고 또 아이들과 함께 접속 연습도 하며 회상 프로그램에 적응하여 갔다.

준비 즉시 쌍방향 수업을 바로 시작하기는 어려워서 며칠간은 기존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 및 과제를 확인하고 서로 프로그램 활용법을 익혀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하여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 실시와 발맞추어 쌍방향 화상수업을 정식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준비기간 동안 어느 정도 익숙해진 탓인지, 쌍방향 수업 진행에 의외로 별 문제가 없었다.

아이들의 흥미도 높았으며 전교생에게 태블릿PC가 지급됐기 때문에 문제 발생 시 해결하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선진적인 IT 환경을 실감하며 스스로 꽤 놀라기도 했다.

당시 필자는 6학년 담임이었는데 고학년 학생들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오히려 나보다 기기 사용에 익숙했으며 적응이라고 할 것도 없이 다들 빠르게 쌍방향 수업에 익숙해져 갔다.

다만, 새로운 수업 형태에 대해 매일 자료를 준비하고 수업을 진행해야 했던 우리 교사들이 더 적응하기가 힘들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달라진 학교 모습

본격적으로 쌍방향 온라인수업이 전개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거의 등교 수업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정이 진행되었다.

수업을 하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도 있었다. 다만 각자 집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이 좀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은 다시 화상수업에 잘 접속하여 들어왔다.

학교에서 기존에 해왔던 여러 가지 활동들은 온라인상에서도 똑같이 전개되었다.

예를 들어 온라인 프로그램을 활용한 식물 가꾸기 체험이나, 앱을 이용한 시 쓰기와 시화 그리기 등의 활동들 말이다. 또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면 소그룹 채팅방을 만들어 온라인상에서 수다를 떨고, 게임을 하며 놀기도 했다.

수업 진행에 있어서도, 코로나 이전부터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수업 보조자료들을 활용해왔기 때문에 예전의 정상적인 등교수업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어린 연령의 아이들의 경우 아무래도 집중력이나 기기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지라 저학년 담임 선생님들은 고충이 좀 있으셨던 것 같지만 필자가 맡았던 6학년생들에게서는 사실 그런 문제를 특별히 느끼진 못했다.

오히려 아이들은 수업 중 화면 공유 기능이나 주석 기능을 사용하게 해주면 더 신나게 참여했다. 각종 온라인 자료 및 다양한 학습 콘텐츠들을 활용하기 쉬운 쌍방향 온라인수업의 장점도 크게 체감했다. 다시금 우리나라의 선진적인 온라인 환경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모니터 속 온라인상에서는 아이들이 시끄럽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내가 있는 교실에는 나 말고는 아무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그것이 등교수업과 온라인수업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그렇게 코로나 팬데믹의 첫해를 보내고, 6학년 담임이었던 나는 학부모님들 없이 졸업생들만 참석하는 졸업식을 끝으로 아이들을 더 큰 세상으로 떠나보냈다.

글. 이치훈 상명초등학교 교감



정리=이성민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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