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주의 문화인사이드] 문화로 소통하는 건 썩~ 괜찮은 일!

페스티벌에서 느낀 X세대의 이질감
함께 즐기는 순간 MZ 세대로!
2023-06-29 10:58:53

 뜨거운 열기가 온 몸을 적시는 주말. 편한 옷차림에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돗자리를 챙겼다. 2023년 서울파크뮤직페스티벌에 입장하기 위해서였다. 2018년부터 ‘도심 속 공원에서 즐기는 편안한 휴식’이라는 테마로 매년 여름 즈음 개최해왔지만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됐던 축제다. 이 대중음악 페스티벌이 올해 재개됐다.
 

 초록 녹음 짙어가는 공원에서 즐기는 뮤직 페스티벌. 분위기에 취해 몸도 흔들흔들, 기분이 고조되면 한껏 함성도 지르고, 자리에서 일어나 쿵쿵 뛰는 흥겨움. 돗자리를 펴고 앉기도 눕기도 하며 음악과 함께 여유로움을 즐기다, 목이 타면 시원한 맥주, 배가 고파오면 즐비한 음식 코너에서 이것저것 사들고 함께 즐기는 맛. 친구와 연인과 함께 야외 공연을 즐기는 축제의 시간은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야외에서 즐기는 페스티벌의 낭만을 무엇이 대신할 수 있단 말인가.

2023 서울파크뮤지컬페스티벌.

 

 오후 2시쯤 시작되는 공연은 밤 10시까지 이어진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짐짓 식어갈 때를 기다렸다가 오후 4시쯤 페스티벌 입구에 도착했다. 매표창구에서 입장권을 티켓 팔찌로 교환해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주위는 한산했다. 입구가 코앞인데 주위가 왜 이렇게 조용한가? 의아했다. 관객들이 별로 없나? 날씨도 더우니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공연장 앞에 들어서는 순간, 헉!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우! 여기에 젊은 친구들은 모두 모인 듯. ‘셀 수 없는 인파들 속’ 이라고 할 만큼 관객들의 모습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공원을 채우고 있었다. 카메라의 프레임에 이 광장을 넣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즐기고 있을 줄이야. 더운 날씨, 젊은이들답게 시원시원한 발랄한 옷차림에 눈길이 갔다. 이곳은 공원 안 음악이 있는 해변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리는 듯했다. 그들의 살갗을 드러낸 시원스런 옷차림에 살짝 부끄러워지는 나의 옷차림. 어쩌란 말인가. 


 아 이런 거였구나. 페스티벌을 즐기는 것. 그동안 코로나19로 페스티벌은 즐기는 모습이 변한 것인가. 온 몸으로 느껴지는 이 이질감은 무엇인가. 다시 현장을 둘러본다. 세대가 다른 것일까. 이건 MZ세대를 뒤로한 X세대인 내가 느끼는 격세지감이었다. 성인인증이 되어야 티켓을 예매 할 수 있었던 이 축제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도 했지만, 성인 중에서도 젊은이들에게 정확히 타겟이 맞춰진 페스티벌이었다. 괜히 왔나. 난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던가. 


 계속 즐길 것인가. 집으로 다시 돌아 갈 것인가. 집에 가서 다시 옷이라도 바꿔 입고 와야 하는 건가. 하더니 마음 한 구석 ‘내가 잘못 왔구나’ ‘이제 이곳은 내가 올 곳이 아니다’ 밀려오는 고민들로 축제에 집중하지 못했다. 이곳은 젊음의 프리미엄을 위한 자리였다. 공연과 축제를 기획하던 내가 축제에 와서 자연스럽게 축제를 즐기지 못하고,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오늘, 며칠을 기다리며 계획하여 이 자리에 왔고, 즐기고자 하지 않았는가. ‘그럼 즐겨야지.’ 스스로 젊음에 나를 던져 보자고 했다. 젊은이들과 함께. 마음을 바꾸는 사이, 축제는 새롭게 다가왔다. 젊음의 에너지가 내 몸을 감돌기 시작한 듯.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고, 음악에 맞추어 어깨도 흔들며 어느새 페스티벌에 동화 되고 있었다. 어둑어둑한 밤이 되자 운치를 더해가는 현장, 그래 충분히 즐기자.
 

 잠시 시간을 돌아보니 이 축제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여기 모인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을 더했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티켓을 미리 예약하는 것은 물론. 좋아하는 혹은 인기 있는 아티스트의 연주를 좀 더 가까이에서 듣기 위해 아침 일찍 현장에 도착해 땡볕을 견디며 기다렸을 거다. 음악 축제에서 좋은 자리 선점은 필수인 만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것을 이들은 알고 있었다. 개인별 준비한 도시락과 책상과 의자도 이 시간을 위한 것.
 

 그들은 자신들의 방법대로 준비했고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지금의 시대를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단지, 지금 내 모습이 소위 말하는 ‘라떼’가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를 있었다. 이질적으로 바라보았던 나의 시각. 나는 ‘라떼’인가?. 이제 기성세대 된 나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 이라는 단어가 찾아왔다.
 

 스스로도 소통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세대 간 소통에 얼마나 노력 했을까?’, 어색했던 분위기는 마음을 열고 함께하고자 했던 의지에 함께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 페스티벌은 역할을 다한 것이다. 페스티벌 안에서 음악을 통한 세대와의 소통이 이루어 졌다. 이 음악이, 예술이, 문화가 세대간 소통의 촉매제 역할을 폭넓게 하고 있었고. 세대간 이질감의 느꼈던 문화는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었다는 것이다.
 

 다름을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 문화예술의 역할은 중요하다. 세대간 함께 더 많이 누리고 즐겨야 할 것은 문화예술이다. 문화예술이 활성화, 다양화 되어야 하는 이유다. 
 

 비록 젊은이들 사이에서 잠시 ‘방황’했다고는 하지만,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페스티벌의 모습은 반갑다. 즐기는데 필요한 건 마음가짐이다. 페스티벌을 즐기는 순간 나는 MZ 세대였다. 다음엔 그들과 같이 시원스런 숏 팬츠를 입으리라!

글·조현주 박사(문화콘텐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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