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쇄신 나선 신동빈 회장 “사업의 관점과 시각 바꿔 달라”

경영 환경 변화 속 해외 사업 검토·신성장 동력 육성 지시
롯데자이언츠 사례 들며 조직문화 혁신·공정한 인사 당부
신종모 기자 2023-07-19 18:08:11
[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경영 목표를 달성 위해 사업의 관점과 시각 바꿔 달라, 과거 경험에서 벗어나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VCM에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각 사업군 총괄대표와 계열사 대표, 롯데지주 실장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신 회장은 이날 경영 키워드로 ‘Unlearning Innovation’을 제시했다. 

Unlearning Innovation은 ‘배우거나 경험한 것을 잊는다’는 ‘Unlearning’을 활용해 과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현재의 성공에 제약을 가하는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버리고 새로운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 용어다. 

신 회장은 최고경영자(CEO)들에게 “환경 변화를 무시하고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고집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유연한 생각으로 현재의 환경에 부합하는 우리만의 차별적 성공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회장의 이날 발언은 롯데그룹이 13년 만에 재계 순위 6위로 밀려난 것과 관련해 쇄신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의가 지난 4월 25일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결과에서 재계 순위가 삼성, SK, 현대차, LG, 포스코에 이어 롯데가 6위로 한 단계 내려갔다. 

롯데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으로 약 8조원 늘었으나 포스코의 자산총액 증가에는 못 미쳤던 것으로 분석됐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의 부진이 한몫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은 지난해 각각 3183억원, 3187억원 등의 순손실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롯데쇼핑은 6년 연속 순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그룹


신 회장은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영 실적을 점검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영방침과 CEO의 역할을 제시했다. 

신 회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며 “사업의 관점과 시각을 바꿔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내 사업과 기존 사업만 아니라 해외 사업 및 신사업에 대해 지속해서 고민해야 한다”면서 “매출·이익 같은 외형 성장과 더불어 현금흐름과 자본비용 측면의 관리 강화가 필요하며 항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글로벌 경제 블록화, 고금리·물가상승, 기술 발전 가속화 등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경영 환경에 대해 언급하며 동남아시아 같은 신성장 시장과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도 함께 고려해 달라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인공지능(AI)기술이 과거의 PC, 인터넷, 모바일처럼 세상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단순히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찾고 이를 과감한 실행으로 이어지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또 경영 환경 변화 속에서 미래형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비전과 전략에 부합하는 투자, 선제적 리스크 관리 등 세 가지 경영방침을 당부했다. 

신 회장은 “고성장, 고수익 사업과 ESG에 부합하는 사업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로 전환해 달라”면서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창출된 이익으로 미래 신성장 동력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설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무형자산, 기술, 인재 등 투자가 필요한 부분을 잘 판단해야 한다”며 “투자할 때 투입되는 자원과 발생하는 수익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리스크를 시스템을 구축해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룹의 지속가능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CEO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 회장은 “강하고 담대하게 행동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위기를 돌파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며 “CEO는 회사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라는 것을 잊지 말고 회사의 미래 모습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차별적 가치에 대해 고민해 달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던 롯데자이언츠 사례를 들며 “회사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조직문화 혁신과 공정한 인사를 해야 한다”면서 “필요한 인재를 능력 위주의 공정한 인사로 발탁해 사업을 잘 진행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끝으로 그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생존할 수 없다”면서 “지금은 우리에게 미래를 준비하고 재도약을 위한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힘줘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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